14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은 87억5,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 감소했다. 설 연휴 기간 중 조업 중단을 감안 하더라도 낙폭이 큰 편이다.
심상찮은 감소 추세를 볼 때 이달 역시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하락해 14개월 연속 수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경기 불황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2001년 3월~2002년 3월까지 13개월 연속 수출이 줄었던 때를 넘어선다. 월별 수출 통계를 집계한 1970년 이후 최장기 수출 감소세다.
우리 수출 부진은 이미 설상가상으로 가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앞서 지난 12일 기획재정부는 2월 경제동향에서 수출 마이너스 행진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수출입은행도 최근 발간한 ‘1분기 수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1·4분기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안팎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제유가는 지난 주말 폭등했음에도 여전히 배럴당 30달러 선 아래서 맴돌고 있다. 지난달 평균 국제유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3% 내린 배럴당 26.9달러를 기록하며 석유와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하락해 두 품목에서만 수출액이 16억 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여기에 지난달 휴대폰과 자동차·반도체·선박 등 13대 주력 품목 수출이 20% 넘게 감소했다. 신규 품목인 화장품과 차세대 저장장치(SSD)의 수출 성장도 횡보 상황이다.
수출 증가를 기대할 지역도 잘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경기 부진, 저유가로 인한 아프리카·중동, 중남미 시장의 경기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다. 전체 수출의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21.5%)과 미국(-9.2%) 수출이 지난달에도 급감했고 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 생산시설 진출로 지난해 24.3% 증가했던 베트남 수출마저 줄어들고 있다. 자원국이 포진한 중동과 중남미 수출도 큰 폭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주요 수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EU(7.3%) 수출이 늘었지만 최근 은행권 부실이 불거지며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선진국 경기회복도 지연되고 있어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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