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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블록딜(시간외 대량 주식매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금 마련이 시급한 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가 블록딜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성사된 대형 블록딜(1,000억원 이상)은 5건으로 총 1조2,021억원에 달했다. 한 달 반 만에 지난해 1·4분기에 이뤄진 전체 블록딜 거래 규모(2건·1조2,900억원)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딜별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의 지분 2.05%를 지난달 28일 3,818억원에 판 것이 규모 면에서 가장 컸다. 이에 앞서 한화테크윈과 두산(DIP홀딩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보유 지분을 매도하며 3,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사모펀드(PEF) 자베즈파트너스는 현대증권 보유 지분 9.5%를 시장에 내놓아 1,151억원을 확보했다. PEF 스틱인베스트먼트 역시 LIG넥스원 지분 5%를 팔아 치워 1,210억원을 회수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블록딜 규모가 커진 것은 업황 악화와 사업 재편으로 긴급하게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주력 사업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일부 계열사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등 자산의 현금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 부회장 또한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SDS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두산과 비슷한 입장이다. FI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PE)와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한 자베즈파트너스는 현대증권 매각 무산 후 주가가 줄곧 하락하자 펀드 수익률 유지를 위해 보유 지분을 털어냈다.
블록딜은 앞으로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가 곧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으로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다음달 1일까지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 거래 규모는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노션에 투자한 FI의 블록딜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모건스탠리 PE,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 스틱컨소시엄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27%의 보호예수가 지난달 만료됐다. 이노션 주가가 최근 공모가(6만8,000원)를 웃도는 8만원 수준까지 치솟자 FI는 투자금 회수 시점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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