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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47년 전신회사로 출발해 유럽 최대 엔지니어링 기업이 된 독일 지멘스. 발전과 철강·조명 등 안 하는 사업이 없었던 지멘스는 현재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제조서비스 업체'로 거듭났다. '제조업의 미래는 실제(real·기존 제조업)와 가상현실(virtual)을 함께 가져가는 데 있다'고 할 정도다. 지멘스는 독일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GDF사에 모터제어 기술과 ICT를 융합한 '모터 상태 모니터링 서비스'를 납품하는가 하면 에너지 운용과 빌딩 관리, 스마트공장, 의료 등을 주사업으로 한다. 5~6%였던 지멘스의 이익률은 사업을 조정한 2009년 이후 10%선을 유지하고 있다. 융합(컨버전스)에 불황을 이기는 길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미 주요 산업은 자동차와 집을 중심으로 하나로 모이고 있다. 스마트카를 놓고 전자와 자동차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로봇과 스마트홈·헬스케어·바이오에너지는 융합의 최전선에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15일 "기존 주력산업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제조업을 IT와 융합하거나 서비스와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제조업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대기업 매출 증가율은 2001~2005년 25.1%에서 2006~2010년 19.5%로 떨어진 뒤 2011~2015년에는 7.5%로 주저앉았다. 딜로이트글로벌은 우리 제조업 경쟁력이 5위에서 오는 2020년에는 인도에 밀려 6위로 떨어진다고 봤다.
융합에는 ICT와의 기술융합뿐 아니라 리스나 컨설팅 같은 서비스, 다른 산업에서의 비즈니스 모델 차용도 포함된다. 인수합병(M&A)은 융합을 빠르게 달성할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제조업 위주다. 삼성과 LG가 스마트카에 주력하고 스마트십(현대중공업)과 스마트팩토리 개념이 국내에 보급되고 있지만 무게중심은 제조업에 쏠려 있다.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은 "IT와의 기술융합 외에 서비스화와 비즈니스 모델 차용도 모두 융합"이라며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융합이 해법"이라고 전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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