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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입성 앞둔 주진형 한화증권 대표 "팔 수 있는 한화증권 만든 것이 성과… 돈키호테 별명 달갑지 않아"

자산관리·위탁매매 다하는 증권사 과당매매로 신뢰 잃어

질서 못잡는 교통경찰처럼 사실상 방치하는 정부도 문제

정치인으로 새출발…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 좋게봐줬으면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 인터뷰

"고객에게 에티컬(윤리적)을 지키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바보처럼 들린다는 게 비극입니다."

정치권 입성을 앞둔 주진형(57·사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양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한화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에 재임한 지난 2년 6개월간 대규모 구조조정, 매도보고서 의무화, 과당매매 금지, 서비스선택제(온라인 거래금액상관없이 동일한 거래수수료 적용, 오프라인 상담고객 수수료 인상 ) 등 각종 '개혁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부 임직원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또 지난해 9월에는 한화그룹과의 불협화음에 따른 경질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기에 특유의 직선적인 성격까지 더해져 그는 '금융계의 돈키호테' '독불장군 엘리트 자본주의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가 도입한 각종 정책에 대해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지난달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그를 "금융투자업계의 귀중한 존재"라고 칭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온라인 스타이기도 하다. 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마다 수십~수백 개의 '좋아요'가 따라붙고 댓글 창에는 '좋은 문제의식이다' '참신하다' 등의 글로 가득 찬다.

일요일인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 본사에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 대표는 정작 그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며 자신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윤리적이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업계)에게 없다. 윤리적이면서도 성공하는 회사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사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른바 '주진형식 개혁'을 밀어붙였던 배경을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과당매매 제한과 서비스선택제와 관련해 그는 업계의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증권사가 자산관리업과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동시에 하는 것에 대해 '카지노'라고까지 비유했다. 주 대표는 "국내 증권업계의 문제는 서로 물과 불인 자산관리업과 브로커리지를 다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말로는 자산관리업을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당매매로 돈을 버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매를 하면 할수록 매매수수료가 늘어나고 그 결과 증권사 수입에 도움이 되지만 고객자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구조적으로 깨끗하게 하자'는 차원에서 이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뒤죽박죽으로 말과 행동이 다르니 투자자들도 (증권업계를) 믿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직원들과의 '불통' 논란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주 대표는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에는 사람은 자기 주머니의 돈에 해가 되는 이야기는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소통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이야기를) 듣다가 '끄덕끄덕' 그렇게 되지는 않는데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않아야 자기의 존재가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소통을 한다고 해도 (설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간을 들여 설득하려는 과정을 거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판의 화살은 곧 정부로 향했다. 주 대표는 "사거리에서 모두가 (클랙슨을 울리며) 빵빵대면서 가고 있다면 그건 가고 있는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교통질서를 잡지 못하는 경찰의 잘못"이라며 "혼자 차선을 지키려고 하면 바보가 되는 상황에서는 (윤리적으로) 하고 싶어도 아무도 하지 못하게 돼버린다. 업자만 욕하지 말고 정부와 감독당국이 왜 과당매매 같은 것들을 놓아두는지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CEO로서의 성과에 대해 묻자 그는 "과거에는 직원 1,000명이 총 500억원의 적자를 내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리테일이나 사업의 잘못된 기본 구조에서 비롯되는 상시적인 적자는 털어냈다"며 "기존에는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면 이제는 팔 수 있을 정도의 회사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여름에 주가연계증권(ELS) 볼륨을 너무 빨리 키웠고 중국 시장이 망가지면서 하반기에 적자가 났다"면서도 "이는 반복적이 아닌 일시적 적자"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진출과 관련해서는 "입당 제안을 받은 것은 맞고 현재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며 "회사는 맡는 직책에 따라 주어진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정치 쪽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하겠다고) 말한다는 게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출발에 대한 응원을 바라는 듯 그는 "(누군가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며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잘못해도 나선 것 자체는 좋게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시간여에 걸친 주 대표와의 인터뷰는 "세간에서 저를 부르는 말 중 처가 가장 달갑지 않아 하는 별명이 '돈키호테'로 돈키호테는 어찌 보면 현실적이지 못한 무모한 이상주의자에 그쳤기 때문"이라며 "(한화증권 CEO로서) 실시한 여러 가지 정책들은 필요성, 실현 가능성, 결과 등을 고심한 끝에 나온 것들"이라고 말로 끝을 맺었다. /송종호·김연하기자 yeon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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