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17일 공시를 통해 “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면 현대오일뱅크를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지분 매각설과 관련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현대오일뱅크 IPO는 지난 2011년 최대주주(91.3%)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해 통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매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업황 악화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정유사들의 주가가 저평가되면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도 ‘검토 단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5,401억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시간이 걸리는 상장 대신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제기됐던 이유다.
시장 여건 개선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알짜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상장되면 현대중공업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과정에서 구주의 30% 정도만 매각하더라도 2조원 안팎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자본 확충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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