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이 프랑스 광고업체와 협력을 추진한다. 최소 전략적 제휴다. 삼성이 1·2차 빅딜 후 양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변화 의지와 방향성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으며, 전자와 바이오, 금융을 뺀 비주력사업은 매각이나 체질개선,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이를 빠르게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기획은 17일 프랑스 기업 퍼블리시스로의 인수설이 다시 불거지자 “글로벌 업체와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구체화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퍼블리시스 인수건은 지난달부터 외신과 업계에서 꾸준히 나돌았지만 제일기획이 공식적으로 ‘협력방안’을 거론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제일기획은 “단순 협력”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제일기획이 언급한 협력방안을 폭넓게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협력이라고 하면 전략적 제휴를 하겠다는 것이고 여기에는 지분투자가 포함된다”며 “삼성이 구체적인 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작업을 더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엿볼 수 있는 큰 그림은 글로벌 전자기업에 맞춰 그룹을 개편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 매각에서 시작한 ‘이재용의 삼성’은 삼성생명 본관 매각과 계열사 본사기능 사업장 이전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전자기업 가운데 화학 같은 비주력 사업을 대규모로 하면서 스포츠단을 직접 운영하는 곳이 있느냐”며 “애플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최근 삼성의 변화나 앞으로의 방향을 이해하기 쉽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혁신 작업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내부적으로도 “(비주력 사업은)다 판다”는 얘기도 흘러나올 정도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의 수차례에 걸친 공식부인에도 주택사업을 비롯해 중후장대 계열사에 대한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는다. 발표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삼성 안팎에 확산되고 있다.
반면 되는 곳에 대한 인수합병(M&A)는 보다 과감하고 큰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전자와 금융 부분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M&A가 이미 태핑(타진)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시점이 문제이지 삼성은 전자와 금융, 바이오를 중심축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주력분야에 집중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변화속도가 빨라 조직원들이 쫓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경우 재차 희망퇴직이 이뤄지면서 조직원들의 불안감과 피로감이 조금씩 감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단식 경영에서 탈피해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고 모인 현금으로 대형 인수합병(M&A)에 성공한다면 삼성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변화의 초기여서 불확실성이 많고 내부 동요도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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