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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400조 시장 지각 합류… 업역충돌 조율·규제강도가 관건

美선 악기·옷·액세서리서 항공기·주차 장소까지 공유

'메가 트렌드' 피할 수 없어 탈세 수단 변질 등 극복해야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올여름 미국 뉴욕 여행 때 현지 가정집에서 묵을 계획이다. 빈방 정보를 알려주는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서다. 지난 여름 유럽도 이런 식으로 다녀왔다. 숙소 잡기도 간편하고 정보도 믿을 만했기에 거부감이 없다. 김씨는 "뉴욕의 호텔에서 묵으면 하루에 적어도 20만원 이상이 드는데 침실에 부엌·거실까지 사용 가능한 가정집은 10만원이면 충분하다"며 "여행자금도 팍팍한데 굳이 호텔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숙박 공유 서비스가 고작 수년 만에 어떻게 글로벌 호텔 체인을 위협할 정도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용자들은 적은 비용이 들고 공급자는 빈방 등 유휴 자산을 수익으로 바꿀 기회를 얻어 윈윈(win-win)할 수 있다"며 "부작용과 난관이 있겠지만 공유경제라는 메가트렌드 자체를 피할 수는 없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황 먹고 자란 공유경제, 2025년 400조원 시장=신산업으로 평가 받지만 공유경제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모델은 아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는 초창기부터 개인 간에 중고물품 거래를 해왔고 차량 공유 서비스인 집카(Zipcar)도 기존의 콜택시·렌터카 서비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 그런 맥락에서 공유경제를 만개시킨 전환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였다. 이때부터 알뜰소비 패턴이 보편화하면서 추가 수익 확보의 절박함도 커졌다. 그 결과 빈방과 주차장에 있는 자가용 등 유휴자산을 활용한 거래가 늘었다. 공유라는 가치가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거래 증가에 한몫했다. 특히 스마트폰이라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플랫폼은 공유경제를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로 급속히 유포시켰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기침체·친환경·스마트폰이 공유경제를 키웠다"며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을 쉽게 만들 수 있어 공유경제가 취급하는 재화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악기·옷·자전거·장난감·액세서리 공유에서부터 민간 조종사와 개인 항공기를 사용자와 연결해주는 '에어풀러(Airpooler)', 자신의 차고를 주차 장소로 대여해주는 '파크앳마이하우스(ParkatmyHouse)'까지 생겼다.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2014년 150억달러였던 공유경제 산업 규모는 오는 2025년 3,350억달러(약 40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자 및 규제당국 간 갈등, 탈세 등 극복해야=공유경제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차량을 가진 운전자와 차량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는 '우버(Uber)'가 지난해 3월 한국에서 철수한 데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우리만의 독톡한 환경과 함께 택시 업체와의 마찰이 가장 컸다. 프랑스·영국 등 유럽 각지에서도 택시기사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규제당국 입장도 달라 미국만 해도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우버 영업을 승인했지만 버지니아주는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이번에 우리가 도입하는 가정집 숙소만 해도 호텔·모텔 등 기존 숙박업체의 입지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기에 여러 집을 가진 개인 사업자가 탈세를 목적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임대사업을 하거나 주택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이 방을 빌려줘 이익을 얻는 행위 등 세금회피 수단으로 변질되는 사례도 흔하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규제당국은 '공유경제가 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GM·현대차 등이 차량 출자·기부 등의 방식으로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글로벌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Avis)가 집카를 인수한 것처럼 경쟁자의 장점을 수혈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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