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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 저축은행의 현주소] 신사업 가로막는 차별규제… 수익원 다변화에 찬물

<하> 날고 싶은 저축은행

은행·증권사선 이미 시행하는데

택배 활용한 골드바 배달 추진에 금감원 "직접 배달하라" 조건 걸어

상품 약관심사기간 지연도 잇따라 "자기역할 하도록 도와줘야" 하소연


A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수익 다원화 차원으로 골드바 판매를 검토하면서 고객이 직접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골드바를 받을 수 있는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과 증권사는 이미 100g 미만의 소형 골드바의 경우 택배 업체를 활용한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검증된 영업 방식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은 골드바 배달을 택배 업체에 맡기지 말고 저축은행 직원이 직접 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인력이 적은 저축은행으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이 부분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사이 약 두 달의 시간이 흘러갔고 결국 배달 서비스는 없던 일이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금리 대출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최고금리도 34.9%에서 27.9%로 인하되면서 저축은행의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불신의 장벽에 막혀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이렇게 새로운 시장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저축은행 대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담보대출은 저축은행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은행과 비교해도 작게는 1~3% 정도밖에 금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은행들이 저축은행과 거래하는 우량 고객들을 빼앗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용대출이라고 무풍지대가 아니다. 담보대출에 비하면 금리가 높은 편이어서 수익이 되지만 최근 은행과 카드·캐피털에 핀테크 업체까지 중금리 신용대출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B저축은행은 3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초부터 신용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신용대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다짐으로 인원도 100명 가까이 뽑았지만 위비뱅크 등 은행권에서 강력한 중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대출이 급감하기 시작해 난처한 상황이 됐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최고금리는 인하됐는데 은행과 카드사·캐피털과 새로 생겨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상품이라 다른 대출에 비해 전담직원들이 많은 편이어서 진지하게 신용대출을 줄이는 방안과 인력 감축까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양한 신사업을 고민 중이지만 실행이 쉽지는 않다. 지난해 8월 OSB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할부금융업 등록을 마쳤지만 상품 출시는 6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통상 1~2개월인 약관심사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진 탓이다. 물론 상품에 따라 약관심사기간이 길어질 수는 있다지만 예상 시기에 맞춰 상품 출시 준비와 인력 충원 등을 추진해온 저축은행들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금융당국과 얘기해보면 저축은행은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적당히 수익만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물론 과거에 문제를 일으켰던 업계이기는 하지만 수익을 더 내고 규모를 키우려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김빠지는 분위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고객을 생각하고 상품을 고민해야 하는데 오로지 규제만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저축은행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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