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 나노람다코리아는 과일에서 반사되는 빛의 파장만으로 당도를 파악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회사 최병일 대표에게 지난해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잊을 수 없는 도약의 계기였다. SK 전시관에 자사 기술을 동반 전시하면서 20개국 70여 업체로부터 사업 제안 요청이 쏟아진 것이다. 나노람다코리아는 칠레 농업연구소에 포도의 성분을 센서만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SK그룹이 이 같은 성공 사례를 확대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21일 SK그룹에 따르면 SK가 지원하는 4개 벤처기업이 22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 참가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전시관에 각 사의 제품·기술을 공동 전시하고 해외 업체들과도 사업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 차원에서도 꾸준히 MWC에 벤처 기업과 동반 참가하긴 했지만, 대전 센터 입주 기업이 MWC에 동반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엔 나노람다 코리아만 MWC에 동반 전시한 데 이어 올해는 총 네 곳으로 늘었다. 우선 대전센터에 입주해 있는 두 팀이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와이젯’은 ‘미러링’ 기술이 무기다. 방 안에서 스마트폰과 TV를 3Gbps 이상의 고속 통신으로 연결해 대용량 게임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대전센터에서 와이젯의 멘토링을 맡고 있는 SK텔레콤 관계자는 “와이젯의 기술은 TV 등 가전업체 제품에 탑재시켜 세계 시장을 공략할 만하다”며 동반 참가사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패밀리’는 하드웨어 기업이다. 스마트 장난감 ‘프렌즈봇’은 스스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며 주인이 귀가할 때까지 혼자 지내는 반려동물을 지켜 준다.
대전 센터에는 입주해 있지 않지만 SK의 지원 대상인 벤처 기업 두 곳도 함께 전시에 참여하기로 했다. SK의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년 전부터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총 34개 팀의 창업 초기 과정을 지원해왔다.
‘닷(DOT)’은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시계에 내장된 30개의 작은 핀이 모양을 바꾸며 점자 형식으로 글자를 표시해 준다.
SK그룹은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에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닷’의 MWC 전시 참여를 지원했다.
‘비주얼 캠프’는 시선만으로 키보드 입력 등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가상현실(VR)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다. VR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면서도 시선만으로 채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들 4개 벤처기업은 이번 MWC 참가를 통해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다. SK는 이들의 부스 설치, 안내 도우미 인건비, 항공·숙박료, 현장에서의 회의 공간 등 일체를 지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가 지원하는 벤처 기업에 대해 “성공·실패를 따지지 않고 최대한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최대한 기회를 발굴, 창조경제의 성과가 확대될 수 있도록 MWC 동반 참가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같은 지원 전략이 앞으로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경모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스타트업이 해외에 나가서 투자자와 만나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도움이 된다”며 “대기업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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