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주요4개국(G4 ) 리스크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자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선제대응의 수위를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컨틴전시플랜은 지난 2013년 6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테이퍼탠트럼(긴축발작)’을 겪을 당시 마련한 기준으로 전면 재점검에 나선 것은 3년 만이다.
21일 외환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컨틴전시플랜에 따른 단계별 대응방안 보완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심상치 않다”며 “시장 불안감을 차단하고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컨틴전시플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 주재로 점검회의를 열어 컨틴전시플랜의 단계별 대응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컨틴전시플랜은 금융시장의 위험도인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등 5단계에 따라 대응수위가 달라진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부터 3~4개월 동안 가장 높은 ‘심각’ 단계를 유지한 바 있다.
외환당국은 우선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단계별 조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탄력세율 적용시점을 ‘심각’ 단계에서 ‘주의’ 또는 ‘경계’ 단계로 앞당기는 식이다. 또 주요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좀 더 이른 단계에서 나서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말레이시아·호주·인도네시아와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과의 통화 스와프는 각각 2009년 4월, 지난해 2월 종료된 상태다. 정부는 금융시장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르는 ‘심각’ 단계에서 추진하는 통화 스와프를 ‘주의’ 또는 ‘경계’ 단계에 선제적으로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의 방파제인 보유외환의 적정성을 시나리오별로 재검토하고 즉시 처분 가능한 보유외환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19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현재 외환보유액은 예측 가능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종=박홍용기자·김상훈·조민규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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