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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음악, TV 프로그램 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 한 때 최고의 콘텐츠 유통 창구였던 웹하드가 쇠퇴 일로다. 정부의 불법 콘텐츠 유통 감시가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콘텐츠 소비 방식이 점차 다운로드에서 벗어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전국 웹하드 사업체는 2012년 150개에서 올해 2월 기준 55곳으로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업체들이 운영하는 웹하드 인터넷 사이트 수도 같은 기간 211개에서 57개로 크게 줄었다. 특히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사이만도 업체 2곳이 문을 닫고 15개 사이트가 사라졌다. 살아남은 업체도 점점 영세해지고 있다. 웹하드 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 사업자가 사무실 하나를 빌려 같은 서버를 쓰면서 각자 다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웹하드 업체는 저작권 침해 영화·드라마·음악이나 하다못해 음란물 파일 송·수신을 제한하더라도 금칙어를 키워드 형태로 설정해 이용자가 파일을 검색하지 못하도록 200만~300만 원 정도 비용이 드는 기술적인 조치를 의무적으로 취해야 한다. 그런데 이 비용을 낼 돈이 없어 폐업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술적 조치는 한 번만 이행하면 되는데도 '차라리 사업을 접겠다'며 부담을 느끼는 사업체도 꽤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까지만 해도 웹하드는 개봉 전 영화, 방영을 마친 후 10분 만에 올라오는 TV 드라마 등 온갖 불법 콘텐츠의 '보고'였다. '야동' 1만4,000편을 살포했다가 2006년 경찰에 붙잡힌 일명 '김본좌'가 활동할 정도로 웹하드는 음란물 유통망이기도 했다. 보다 못한 정부는 2012년 5월부터 등록 사업자만 웹하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등록제를 시행해 웹하드를 양성화하기 시작했다.
웹하드 쇠퇴 원인으로 서비스 양성화에 따른 가격 상승이 꼽힌다. 이용자들은 무료 또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불법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웹하드를 찾는데, 등록제 이후 가격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사와 제휴를 맺은 웹하드 사이트는 최소 1,000원에서 4,000원대 이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웹하드를 통해 유통된 온라인 불법 복제물은 등록제 시행 직전인 2011년 7억3,153만 건에서 2014년 3억3,394만 건으로 크게 줄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콘텐츠 소비가 파일을 직접 다운로드 받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PC,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즐기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의 파일 용량은 1.2기가바이트(GB)로, 예전에는 전송 속도가 100Mbps인 유선 인터넷으로 봐야 했지만 현재는 이동통신 LTE 속도가 100Mbps를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TV에서 보던 영화를 스마트폰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는 N스크린 기술도 파일 다운로드 필요성을 낮춘다.
웹하드 업계는 콘텐츠 제작사와의 제휴 범위를 넓히는 등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사업 영속성에는 계속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맹위를 떨치던 웹하드가 IT 발전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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