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기쁨에 들떠 있고 패자는 억울함과 분함 등 온갖 감정으로 괴롭다. 그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한 마음으로 복기를 하기란 참으로 힘든게 사실이다.(중략)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중)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다시 현대증권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세간의 관심은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맞붙었던 KB금융과의 재대결. 하지만 유 사장은 이런 관심과 달리 올해 첫 해외출장을 베트남으로 잡고 해외시장 개척에 우선 집중하고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 바둥거리기보다 해외에 제2의 한국투자증권을 만들어 국내 증권사의 해외 진출 롤모델을 정착시키겠다는 포부였다.
바둑 격언 ‘쌈지뜨면 지나니 대해로 나가라’. 좁은 국내 시장보다 큰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고수의 생각법’은 남달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베트남 현지법인(KIS베트남)을 베트남 증권시장의 톱(Top) 5 내에 드는 대형 종합증권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라며 “베트남을 교두보로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으로 성공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의 베트남 현지화 전략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0년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EPS증권 지분 49%를 인수해 KIS베트남을 출범시킨 이후 44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지분율을 92.3%까지 끌어올렸다. 베트남 내 100개 증권사 중 70위권에 불과하던 KIS베트남은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기준 시장 점유율이 0.25%에서 인수 5년 만인 지난해 4.3%로 증가했다. KIS베트남은 지난해말 브로커리지 기준 시장 점유율로 한국의 유가증권시장과 유사한 호치민 거래소에서 8위, 코스닥시장 격인 하노이거래소 점유율은 4위를 기록했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모든 외국계 가운데 1위다.
유 사장은 “베트남 진출 증권사들 가운데 공격적인 영업을 한 곳은 부실이 생겨 순위 밖으로 밀린 경우가 많았다”며 “브로커리지 위주인 베트남 시장에서 KIS베트남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이나 정부를 포함해 주식에 투자하는 베트남 개인투자자에게 신뢰를 얻어야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증시에서 개인 투자 비중은 85%에 달한다. 유 사장은 “돈을 적게 벌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을 지키며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시장과 감독당국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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