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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벤츠 고객들은 개소세 환급과 관련해 아무런 불만도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별소비세 인하분 환급 여부를 묻자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실제 벤츠를 산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지난 24일 일부 수입차 업체가 개소세 환급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서울경제신문 보도 이후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업체 차량을 구입한 고객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도를 넘은 배짱영업을 지적한 셈이다. 벤츠·볼보·인피니티·폭스바겐·BMW 등 총 5개 수입차 업체가 지난 1월 구매자들에게 개소세 인하분을 환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한달 만에 개소세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낸 정부가 엉성한 정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개소세 환급' 논란의 이유는 무엇이며 누구의 잘못일까. Q&A로 알아본다.
Q : '개소세 환급 거부' 이유는
A: 수입차 개소세 인하분 적용… 1월까지 할인 판매해
정부는 이달 3일 민간소비 촉진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한시 적용했던 승용차 개소세 인하 방침을 한달 만에 올 6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월 5%였던 개소세율이 지난해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1.5%포인트 낮아진 3.5%가 됐다. 문제는 1월에 차량을 구매한 사람이다. 오락가락 정책에 남들보다 비싸게 차를 사게 된 것. 정부는 논란을 막기 위해 이미 1월에 5% 세율로 차를 샀다면 업체에 환급받아 개소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급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1월 구매한 고객에게 다음달 중순까지 20만~210만원을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찻값 할인폭을 줄여 판매했다. 상대적으로 차량을 비싸게 산 고객들이 개소세 인하분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반면 개소세 환급을 거부하고 있는 수입차 업체들은 1월에도 할인폭을 유지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찻값을 올려 판매할 경우 실적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할인정책을 이어갔다는 것. 해당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분을 자체적으로 연장해 판매했는데 환급까지 해줄 경우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토로했다.
Q : 국산차와 수입차 과세 방식 다르다?
A: 들여올때 세금 붙어… 환급 땐 수입원가 공개 부담도
국산차가 명확하게 개소세 인하분을 환급해줄 수 있는 것은 수입차와의 과세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업체들은 1월 구매자들의 개소세를 국세청에 내지 않았다. 업체들이 고객에게 직접 환급하기 쉬운 구조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차를 수입하는 수입원가에 세금이 붙는다. 지난해 12월 3.5%의 개소세율보다 1.5%포인트 오른 5%의 세금을 내고 1월에 차를 들여왔다. 여기에 마진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비싸게 들여왔지만 개소세 인하 당시와 같은 가격으로 차를 판매해 환급해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분을 먼저 돌려주고 관세청에서 환급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게 자사 차량들의 수입원가가 공개된다는 점도 업체들이 환급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판매방식도 문제다. 볼보 등의 업체는 1월 소비자들에게 차량을 판매할 때 개소세 인하를 연장해 할인된 가격이라고 명확히 고지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벤츠·폭스바겐 같은 업체에서 차를 구입한 고객 일부는 개소세 인하 때문인지 일반적인 프로모션인지 몰랐다. 1월의 경우 공식적인 개소세 인하기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지 여부와 상관없이 환급해줘야 한다는 입장과 명시했다면 이미 개소세 인하분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 나뉜다.
Q : 수입차만의 잘못인가
A: 정부 갑작스런 발표에 개소세 인하분 할인 고지 못해
현대차는 1월 제네시스 EQ900 출고 고객 중 지난해 11월23일부터 12월9일까지 사전계약을 통해 구입한 고객을 개소세 환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사전계약 고객에 한해 2016년 출고시 개소세만큼 할인해준다는 내용을 전단지와 가격표에 명시하고 고객에게 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은 출고기준에 따라 매겨진다. 1월에 출고된 차량이 이미 고지했기 때문에 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면 수입차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정책을 발표하면서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로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다고 알고 있던 수입차 업체들은 한달 만에 부활한 정책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발표와 동시에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2월 판매조건을 공개한 현대·기아차 정도만 정부와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며 "나머지 업체들은 뒤늦게 다시 판매조건을 부랴부랴 변경하고 환급정책을 짜는 등 정부가 혼란을 부른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결정은 업체들이 해야 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 발표 이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결정은 업체들이 할 수밖에 없다"며 "내수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 결정이 급히 진행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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