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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 기계장비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상장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하며 국내 증시 입성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시가총액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넷마블의 주관사 선정 작업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인 밥캣의 등장으로 주관사 자리를 확보하려는 국내외 증권사 간 투자은행(IB) 대전이 가열되고 있다.
25일 IB업계에 따르면 밥캣은 전날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발송했다. 밥캣은 다음달 2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하고 오는 3월7일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거쳐 늦어도 3월 중순께 상장 주관사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밥캣의 예상 시가총액이 3조~4조원에 달하는 만큼 주관사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주요 증권사 간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시장이 추정하는 밥캣의 시가총액(최소 3조원)을 기준으로 밥캣 지분 75%를 보유한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번 상장을 통해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율 40% 안팎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 35%가량을 구주매출로 매각한다면 공모 규모만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넷마블에 이어 공모 규모 면에서 흔치 않은 '조 단위' 딜이어서 놓칠 수 없는 거래인 셈이다. RFP를 수령한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제안서 접수까지 남은 기간이 일주일 정도에 불과해 주말과 공휴일도 모두 반납하고 실무 작업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두산그룹에 대한 유동성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적정한 가격에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공모 구조를 제시하는 것이 (주관사 선정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최대 규모의 공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호텔롯데 상장 주관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이번 거래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9월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주관사로 KDB대우증권·메릴린치인터내셔널·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3곳을 선정한 바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에서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넷마블이나 밥캣 중 한 곳은 주관사 지위를 따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IPO 대어를 둘러싼 국내외 증권사 간 진검승부는 넷마블의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펼쳐졌다. 지난 24일 넷마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 장소(넷마블 구로 본사)에 유상호 한투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등 증권사 대표들이 직접 참석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넷마블은 이날 예비적격후보인 대우·한국투자·NH투자·현대·대신·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JP모간 등 총 8개 증권사를 올려놓고 PT를 붙였으며 다음주 중 상장 주관사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호텔롯데·넷마블게임즈·밥캣·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대형 IPO가 잇따르면서 올해 전체 공모 규모는 12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의 상장에 힘입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10년(10조908억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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