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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장기투자보다 분산투자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장기 투자가 유일한 해답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장기 투자보다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분산투자다. 위험자산에 장기 투자해 수익을 얻을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주식 종목에 투자할 경우 장기적으로 좋은 회사라는 것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더없이 쉽게 보이는 일이지만 미래에 성장할 종목을 선택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과거 50년에서 현재는 20년까지 줄어들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탓에 기업의 흥망성쇠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사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투자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 종목이 아니라 지수에 투자할 경우도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주식 수익률이 항상 평균 수준으로 돌아오는 성향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수에 장기 투자할 때 투자 수익률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주식 수익률이 늘 평균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 실증적으로 검증해야 할 문제지만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 아마도 사례마다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국가의 주가지수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주식은 안전자산과 비교하면 추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꼽힌다. 한마디로 채권 수익률 대비 높은 이익을 투자자에게 안겨준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일본과 대만은 25년 동안 주가지수가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갑작스럽게 주가가 올라서 박스권을 벗어나면 과거의 부진한 수익률을 만회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년이라는 시간은 기다리기에 너무 긴 것이 사실이다. 투자 기간은 결코 사람의 생존 기간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를 하는 곳이 좋은 국가가 있고 아닌 국가가 있다. 전 세계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에 분산 투자는 '공짜 점심'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이론적으로 견고한 전략이다. 미국 예일대 기금운용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스웬슨은 장기 투자를 최대한 피하고 자산을 철저하게 분산시키는 데 주력한다. 주식의 비중이 70%에 이르지만 이를 절대수익,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해외 주식 등으로 균등하게 뿌려 놓는다. 나머지 자산도 다양한 대체투자처에 넣는다. 위험자산이라는 야생마를 길들이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분산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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