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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4일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 선점을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수수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키움증권 등이 업계 최저 수수료를 표방하고 나서면서 포문을 열어 ISA를 둘러싼 수수료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25일 "ISA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책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면서 "구체적인 수수료 수준은 전략상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고 온라인에 특화돼 있는 키움증권 특성상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제공할 방침"이라며 "ISA는 장기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수수료 차이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세제혜택보다 더 클 수도 있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SA 수수료 인하 경쟁은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운용해 수수료가 낮은 신탁형보다 금융회사가 대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투자일임형에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도 신탁형은 국민의 장기재산형성 등 제도 취지에 맞춰 합리적인 수수료를 책정할 예정이지만 일임형은 고객 성향에 맞춘 포트폴리오별로 차등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투자일임형은 일임수수료에 투자자문수수료 등이 부과된다. 현재 증권사의 일반적인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경우 1.5~2.5%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일임형 상품에 1,000만원을 투자해 3%의 수익이 발생한 경우 수수료가 1.5%라면 투자자가 손에 쥐는 돈은 1,030만원이 아니라 수수료 1.5%(15만원)를 뺀 1,015만원이 된다. 따라서 실제 수익률은 3%에서 1.5%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줄어든 수익만큼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얻는 미래 수익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ISA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수수료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도 수수료 수준을 놓고 치열한 눈치 경쟁을 벌이며 고민에 빠졌다. 국민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도입된 ISA가 수수료 부담으로 수익률이 낮아진다면 제도 도입 취지가 희석될 뿐만 아니라 고객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ISA 도입 취지에 맞춰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수수료는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 취지와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수수료가 낮은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거나 일임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은행 및 증권사 등 다른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보고 수수료 수준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 업계의 자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왔던 금융투자협회도 수수료와 보수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경쟁 심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수수료나 보수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부분이고 자칫 금융당국이 개입할 경우 담합소지도 발생할 수 있어 적극적인 개입은 어렵다"며 "수수료 인하는 투자자들의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낮은 수수료로 인한 투자서비스 질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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