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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 사회와 시놉티콘 사회의 차이점

[FORTUNE’S EXPERT]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사이버 세상이 열리면서 권력을 가진 소수의 일방적 감시가 아닌, 일반 시민과 권력자가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상호감시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흐름은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파놉티콘은 ‘모두’를 의미하는 영어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을 합성한 단어다. 직역하면 ‘모두 다 본다’는 뜻이다. 파놉티콘은 지난 1791년 죄수를 감시할 목적으로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설계한 원형감옥이다. 이 감옥은 중앙의 원형공간에 높은 감시탑을 세우고, 중앙 감시탑 바깥의 원 둘레를 따라 죄수들의 방이 꾸며져 있다. 또 중앙의 감시탑은 늘 어둡게 하고, 죄수의 방은 밝게 해 중앙에서 감시하는 감시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죄수들이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죄수들은 자신들이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고, 결국은 죄수들이 규율과 감시를 내면화해서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초창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공간은 종종 파놉티콘에 비유되곤 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SNS의 발달로 불거진 프라이버시 문제를 이렇게 언급했다. “지난 2004년, 내가 하버드 대학 기숙사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은 왜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개인적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

미국의 저명한 정보기술 평론가인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한다면 당신이 상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자신의 사적 정보가 조금 희생되더라도 달콤한 공짜의 유혹을 포기할 수 없다. 소위 학계에서 말하는 프라이버시 계산(자신의 프라이버시를 희생하는 대가로 얻게 되는 편익과 위험)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전 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지난 2013년 언론매체를 통해 미국과 영국의 안보기관이 전 세계 일반인들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정보 등의 개인 정보를 수집·사찰해온 사실을 폭로했다. 정부의 대규모 사찰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사용자들이 공짜 서비스를 사용하며 제공하는 데이터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트리스토퍼 CIA 부국장은 “몇 년 동안 대중을 몰래 감시한 우리로서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거주지와 종교, 정치적 견해, 순서대로 정리한 친구 목록,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자신이 찍힌 수백 장의 사진, 현재 활동 정보를 공개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며 “CIA로선 정말 꿈에 그리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파놉티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인 ‘시놉티콘(Synopticon)’이 주목을 받고 있다. 파놉티콘과 반대되는 개념의 시놉티콘은 쉽게 말해 ‘감시에 대한 역감시’를 의미한다. 사이버 세상이 열리면서 일방적 감시가 아닌 상호감시가 가능한 시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과거처럼 소수가 권력과 언론을 독점하고 다수의 일반 시민을 통제하는 낡은 체제를 지양하고, 일반 시민들 역시 자신들을 감시하는 권력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시놉티콘은 노르웨이 범죄학자 토마스 매티슨이 처음 주창했다. 그는 언론과 통신을 통해 다수가 소수의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는 체제가 발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권력 감시를 시놉티콘이라 명명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의 교류, 부정적인 현실의 고발, 중요 사안에 관한 의견 공유 같은 네티즌들의 조사로 권력자들을 감시하는 역발상 체제가 바로 이 시놉티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시놉티콘에 크게 기여한 것은 바로 인터넷의 익명성이다. 권력자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는 내용을 서로 익명으로 교류하고 투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이른바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았다. 수색영장만 있으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통해 주고받은 개인의 사적 정보를 검찰이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그 결과 카카오톡 사용자들 사이에선 카카오톡 대신 독일산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 메신저도 검열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물론 사이버 망명 소동은 한순간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감찰기관의 감시 기능과 이를 싫어하는 시민사회의 갭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테러방지법 제정을 통해 SNS 및 온라인 공간의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사전정보를 취득해 테러 및 국가 위협을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범죄자로 추정되는 인물조차도 감찰이나 감시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과 공공의 안전성은 한동안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개인정보는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행동하고 보여주는 모든 것은 곧 개인정보가 된다. SNS뿐만 아니라 지하철, 버스, 거리 CCTV, 차량용 블랙박스, 신용카드 결제, 포털사이트 검색 이력 조회 등 모든 것들이 나를 설명하는 개인정보가 되어 하나씩 축적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방대한 정보는 하나의 빅데이터를 이룬다. 빅데이터를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빅데이터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빅데이터 수집이나 분석을 반대하는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우려를 반대의 근거로 꼽고 있다.

하지만 SNS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든 상황이다.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개인정보 노출을 이유로 SNS와 온라인 공간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SNS와 온라인 공간에서 축적된 현대 사회의 방대한 빅데이터는 사회·경제적으로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를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보기보다는 사회발전과 공공의 이익에 더 초점을 맞춰 살펴야 한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 외부의 간섭이나 침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혼자 있을 수 있는 권리가 고전적 관점에서 프라이버시의 정의였다면, 요즈음처럼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많은 사람이 어울려 복잡다단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의 관점에서 보는 편이 더욱 맞는 정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IT강국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파놉티콘이 아닌, 시놉티콘의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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