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중 양국의 경제 수장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경제협력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국의 사드 배치 카드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한·중 양국이 정경분리를 통해 경제분야에서는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러우 지웨이 중국 재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고 “두 나라는 지금까지의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도 경제협력관계를 굳건히 해나가자”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는 별개로 경제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양국 경제 수장이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6일 유 부총리는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양자 회담을 갖고 3,60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통화 스왑(Currency Swap) 만기 연장하기로 사실상 합의해 양국 간 경제 연결고리에 균열이 갈 것이라는 불안감의 확산을 막는 데 첫 단추를 꿴 바 있다.
이날 유 부총리와 러우 재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양국 정상회담 이후 △중국 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중국 채권시장 진출 △산동성과의 협력강화 △증권예탁기관 연계 등의 후속조치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장관은 저성장 타개와 금융불안 대응을 위해 주요 20개국(G20)에서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교역규모 감소에 맞서 지난해 말 발표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해 양국 교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양국은 오는 3월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 통상장관회의에서 한·중 FTA의 이행 및 활용, 무역·통상협력 강화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두 장관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의 역할 확대를 위해정책금융기관들의 공동투자(Co-financing)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양국은 노동개혁 추진의 어려움도 공유했다. 최근 러우 장관은 ‘중국 경제 50인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노동계약법이 기업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중국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요소 생산성 증가를 제약해서 결국 근로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개혁의 추진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도출의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상하이=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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