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만년 전, 직경 30m가 넘는 고밀도의 니켈과 철 덩어리가 지구 대기권에 집입했다.
이 물체는 시속 7만2,420㎞의 속도로 낙하, 북미의 울창한 삼림지대와 충돌했다. 그렇게 애리조나 북부에 깊이 180m, 폭 1,200m의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오늘날 이 곳은 ‘미티어 크레이터(Meteor Crater)’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그러나 이런 구덩이를 만든 소행성에 대한 인류의 지식은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파퓰러사이언스가 이 절경에 감춰진 신비를 정확히 알기 위해 극한과학 전문기자 제이크 로퍼를 보내 비디오 투어를 시켰다.
미티어 크레이터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해하려면 태양계의 탄생 시점으로 되돌아 가봐야 한다. 태양이 처음 생성됐을 땐 먼지와 기체들이 태양 주변을 돌고 있었다. 이것들은 서로 충돌을 거듭하면서 갈수록 더 큰 천체로 성장해 나갔다. 이들 중에는 행성이나 위성 수준으로 성장한 것도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 크지 못한 것들도 많았다. 이런 작은 천체, 즉 소행성들은 특히 화성과 목성 사이에 수만 개나 존재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소행성이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작은 암석형 천체를 의미한다. 혜성은 소행성과 비슷하지만 암석이 아닌 얼음으로 되어 있고, 태양에 접근할 때마다 수증기 꼬리를 만들어낸다. 유성은 지구 대기권에 돌입해 불로 이루어진 꼬리를 이끌면서 떨어지는 소행성을 가리킨다. 또 운석은 지구 표면으로 돌진해 부서진 유성의 잔해다.
소행성은 다른 소행성과 부딪치거나 행성의 중력장을 통과하면서 태양계 중심 부분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 이따금 일어난다. 그러면 소행성의 궤도가 변하면서 태양으로 끌려 들어가거나 지구 같은 다른 행성과 충돌하게 된다. NASA 네오와이즈(NEOWISE) 프로그램의 수석연구자인 에이미 마인저는 이에 대해 “마치 핀볼 머신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NEOWISE 프로그램은 지구근접천체(NEO)의 위치를 광역 적외선 탐사(WISE) 우주망원경으로 파악하는 프로그램이다.
WISE 우주망원경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초기운용 기간 동안 태양계 내소행성 3만 4,000여 개를 발견, 위치를 확인한 바 있다. 2013년 12월부터 운용이 재개된 WISE 우주망원경은 178개의 태양계 내 소행성을 더 발견해냈으며, 그 중 58개는 NEO로 분류됐다.
터닝포인트
20년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미티어 크레이터를 만든 수준의 소행성이 지구에 또 떨어지는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인저에 따르면 많은 천문학자들은 소행성을 ‘하늘의 해충’으로 여겼다. 소행성들이 지구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다른 천체의 관측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1994년 슈메이커-레비 9호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는 것을 충격 속에서 지켜봤다. 소행성과 유사한 천체가 행성과 충돌하는 장면을 처음 목격한 것이다. 이 충돌로 인해 목성의 표면에는 변색된 거대한 흉터가 만들어졌다. 지구 같은 행성 여러 개가 거뜬히 들어갈 크기였다. 그리고 이 흉터는 수개월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슈메이커-레비 9호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기 전까진 지구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천체 추적에 그리 큰 공을 들이지 않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소행성과 소행성 충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할리우드가 관련 소재를 영화로 만들었고, 미 정부는 NEOWISE와 그 전에 있었던 NASA의 유사 프로그램에 연구자금을 쾌척해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들이 몇 개나 있는지, 그리고 소행성들이 충돌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고자 했다.
충돌과정의 해부
누구나 미티어 크레이터를 보면 단번에 생각이 크게 바뀔 것이다. 소행성을 직업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NEOWISE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에이미 마인저는 미티어 크레이터에 떨어진 것보다 훨씬 큰 소행성들을 여러 개 목록화 한 바 있다. 그런 그녀도 미티어 크레이터를 처음 봤을 땐 본능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고백했다.
“누구나 보기만 하면 알 겁니다. 작은 소행성도 지구상에 거대한 구덩이를 팔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그 크레이터는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퍼듀대학의 지구물리학자 제이 멜로쉬는 말한다.
“1870년대 만해도 사람들 사이에 대규모 유성 충돌에 대한 매우 잘못된 지식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땅에다 총을 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땅에 총을 쏘면 작은 구덩이만이 생기고, 총알은 땅 속에 박히죠.”
하지만 멜로쉬는 소행성의 비행속도에 비하면, 지구 대기권의 저항은 벽돌담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작은 소행성, 또는 금속 함량이 적은 소행성은 대기의 저항을 받으면 공중분해 되어 완전히 타 버린다. 그러나 애리조나에 떨어진 것처럼 튼튼하고 밀도 높은 소행성은 살아남아 대기권을 돌파한다. 그리고 지면에 충돌해 큰 구덩이를 만든다. 그리고 총알처럼 땅에 박히는 것이 아니라 폭발을 일으키면서 주변에 파편을 흩뿌린다.
크레이터가 충돌에 의해 생긴다는 이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19세기의 미국지질학자 다니엘 배링거는 이 같은 물리학 원리를 알고 크게 실망했다. 그는 소행성 충돌의 결과로 땅 속에 소행성 자원이 묻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땅 속을 파들어 가면 그 자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충돌 후에 남은 것이 온 사방에 흩뿌려진 금속 조각뿐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1929년 배링거가 사망한 그 후에도 과학자들은 계속 미티어 크레이터 현장을 찾아 탐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크레이터 주변의 금속 조각의 위치를 알아내고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됐다. 멜로쉬 박사를 비롯한 여러 다른 학자들은 이 현장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보강했고, 소행성의 충돌 각도와 속도를 계산해 냈다.
멜로쉬는 여러 종류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을 때의 상황을 보여주는 상호작용형 웹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를 보면 밀도가 높고 금속 성분이 풍부한 소행성들은 크기가 작더라도 상당히 큰 흔적을 지표면에 남기지만, 얼음형 또는 암석형 소행성들은 지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처럼 시각적인 흔적만을 남긴다.
실제로 이 유성은 공중폭발해 첼랴빈스크 시내의 유리창을 깨뜨렸지만 크레이터를 남기지는 않았다. 물론 첼랴빈스크에서 벌어진 상황이 미티어 크레이터에서 벌어진 상황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어떤 상황에도 대비가 돼 있어야한다.
미래의 소행성 충돌
공룡을 멸종시킨 것 같은 거대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여러 생물 종이 순식간에 멸종하고, 기후가 변하고, 인간들의 삶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금도 계속 하늘을 감시하고 있다.
마인저는 인류 종말 대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소행성중 90% 이상은 이미 발견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티어 크레이터를 만드는 수준의, 혹은 그보다 작지만 충분히 위험할 수 있는 소행성의 경우는 어떨까. 이들 중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은 1%밖에 안 된다. 기존의 관측 결과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못 찾은 것이 몇 개나 되는지는 대략 추정하고 있지만 소행성은 짙은 색의 작은 바위이고, 그것이 떠 있는 우주라는 배경도 어둡기 때문에 찾아내는 것이 엄청나게 어렵다.
1%밖에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 마인저는 말한다. “소행성 충돌이 좀 더 빈번하게 일어났다면 인류에게 오늘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2016년에 NASA가 지구근접천체 카메라, 다시 말해 NEO캠(NEOCam)이라 불리는 장기 소행성 탐지전용 우주망원경 프로그램을 승인해 주길 바라고 있다. WISE도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긴 했지만 소행성 탐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진 않았다. 승인을 받는다면 NEO캠은 작은 소행성을 찾아 기존의 망원경으로 찾기 힘들었던 작고 어두운 소행성들을 추적할 것이다.
특히 WISE가 수 개월 간 활동했던 것과는 달리 NEO캠은 수년 동안 활동하게 된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소행성들을 추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소행성 직접 탐사 임무도 맡게 될 것이다. NASA의 돈(Dawn) 탐사선은 현재 소행성 벨트의 왜소행성 세레스(Ceres)방문해 이들의 성분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특히 NASA는 2025년까지 소행성 하나를 포획해 지구 궤도로 가져올 계획이다. 현재 지구와 가까이 있어 우주선이 빨리 도착할 수 있는 후보군을 고르고 있으며 달 근처로 끌어올 수 있는 4개의 후보 소행성을 찾아냈다.
이 소행성 방향전환 임무(ARM)의 주목적은 화성 유인 탐사가 본격화될 때를 대비한 우주비행사들의 훈련장 마련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소행성 표면에서 암석 표본을 채취하고 지형을 탐사해 표본을 지구로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이 임무는 또 다른 측면도 가지고 있다. NASA가 소행성의 방향을 지구 궤도로 돌리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방향으로도 돌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티어 크레이터를 만들 수 있는 대형 소행성과의 충돌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진다면 그 피해는 충돌지점이 어디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바다에 떨어질 경우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육지에 떨어지면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고 충돌 지점 근처의 모든 것을 부숴 버릴 수 있다.
오늘날의 도시는 확장 일로에 있지만 대형 소행성이 타임스 스퀘어 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을 직격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때문에 ARM을 비롯해 여러 소행성 진로변경 기술들이 제안되고 있다. 그 중에는 핵병기나 페인트 볼을 사용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가장 타당한 위험 회피 방법은 소행성들의 위치 파악을 더욱 충실히 하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인 B612 재단은 2018년 센티넬(Sentinel) 우주망원경을 발사해 지구 근처로 오는 천체들을 찾아내고 추적할 계획이다.
NEO캠, 센티넬 같은 프로그램이 앞으로 잘 진행된다면 적어도 미티어 크레이터를 찾아가 탄성을 지를 미래 세대의 불안감은 줄어들 것이다.
시뮬레이션: 소행성 충돌과 지구 종말 시나리오
이 시뮬레이션은 미국과 영국의 행성과학자들의 연구에 기반해 향후 1억년간 지구와 충돌할 소행성의 피해규모를 예측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에 활용된 소행성의 재질은 암석형이며, 지구 대기권 진입속도는 시속 6만1,000㎞, 충돌각도는 45도로 가정했다. 현실에서는 훨씬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다. 피해 규모의 경우 다음의 5가지로 분류했다.
1. 피해 없음
대기권 진입과정에서 불타 사라져 지상에는 피해를 입히지 않는 소행성.
2. 보통의 피해
지상에 충돌하지만 피해가 거의 없는 소행성. 일부는 지면에 닿기 전에 공중 폭발해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의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3. 심각한 피해
자신의 직경보다 10배나 큰 크레이터를 지면에 남기는 소행성. 충돌지점에 미티어 크레이터 수준의 큰 구덩이가 생긴다.
4. 대재앙
네팔 지진 수준의 파괴적 피해를 일으키는 소행성. 충돌에너지로 인해 80㎞ 밖의 풀과 나무까지 불탄다.
5. 인류 종말
충돌 시 엄청난 먼지와 그을음, 재를 대기 중으로 뿜어 올려 핵겨울과 유사한 ‘충돌 겨울(impact winter)’이 초래된다. 이 수준의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술루브(Chicxulub) 크레이터를 만들었고, 65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켰다.
■ 인류 종말을 초래할 수준의 소행성 충돌이 기존 예상보다 한 번 많은 두 번 일어났다.
■ 대재앙 수준의 소행성 충돌 횟수가 예상보다 3% 많았다.
■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소행성 충돌은 예상보다 7% 적었다.
■ 보통의 피해를 입힐 소행성 충돌은 예상보다 4% 적었다.
■ 무해한 소행성 충돌은 예상보다 2% 많았다.
지구근접천체(NEO) - 지구 공전 궤도의 4,500만㎞ 이내에 위치해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소행성.
WISE -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ARM - Asteroid Redirect 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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