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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최상의 방법

핵폭발·우주 충돌·이온 빔으로 밀어내기?





2015년 4월 열린국제우주학회(IAA)의 지구 방어컨퍼런스에서는 항공우주전문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가상 시나리오를 해결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가설은 이렇다. 2015년 4월 13일 발견된 가상의 소행성 2015 PDC가 지구와의 충돌 코스를 밟고 있다. 이 소행성의 직경은 150~390m 정도, 지구와의 충돌 날짜는 이르면 2022년 9월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물론 이 시나리오는 가설이지만 학회 기획자들은 가급적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소행성의 크기, 주성분, 지구의 어느 지점에 떨어질 지는 과학자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학회 참가자들은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경로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 최근에 나온 어느 논문에는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때 파국을 면할 수 잇는 또다른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소행성과의 충돌 위험이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연구팀은 가용한 자료를 활용해 이 가상의 소행성이 정말로 지구에 충돌할 것인지, 충돌한다면 어디에 충돌할 것인지를 계산해냈다. 가장 충돌 위험성이 높은 지역은 터키에서 인도에 이르는 곳으로, 이곳에는 테헤란, 뉴델리, 다카 등 인구밀집지역이 포함돼 있다.

물론 이 소행성이 대양 한복판에 충돌해 큰 피해 없이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 충돌한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때문에 연구 목적상 연구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가상의 소행성이 인구밀집지대에 추락한다는 가정이다. 그러면 질문은 다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소행성 때문에 많은 인명피해가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영화 ‘아마겟돈’의 감독인 마이클 베이부터 NASA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이들이 소행성을 폭파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외기권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우주공간에서의 핵병기 사용을 기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과학자들은 소행성을 폭파시킬 때 나오는 파편도 소행성만큼이나 지구에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공대의 우주역학 연구자인 클라우디오 봄바르델리는 “핵은 다른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없을 때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봄바르델리의 연구팀은 그 대안으로 이온 빔 방향전환장치(ion-beam shepherd)의 사용을 제안한다. 그의 연구팀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몇 년전부터 연구해 온 이 개념은 이온 빔을 사용해 접근해 오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온 빔 방향전환의 작동 원리
봄바르델리와 그의 동료들은 이온 빔(대전된 입자)을 가상의 소행성에 쏘는 방안을 평가했다. 이온은 초속 30㎞의 속도로 진행한다. 소행성에 충돌하면 그 힘을 그대로 전달해야 소행성의 궤도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

봄바르델리는 “이는 매우 작은 힘”이라며 “때문에 매우 장기간 동안 가해져야 소행성 궤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가상 소행성의 무게를 약 2,000만 톤으로 추정했으며, 딸기 한 알 무게 정도의 힘을 2년간 꾸준히 가하면 궤도를 수백㎞ 정도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온 빔은 이온 엔진을 탑재한 우주선에서 생성할 수 있다. 최근 왜소행성 세레스에 도착한 NASA의 돈(Dawn) 탐사선이 그 실례다.

우선 이온 엔진은 우주선을 소행성으로 추진시킨다. 그리고 소행성에 도착하면 우주선이 몸을 돌려 이온 배기를 소행성에 뿜어내 소행성을 밀어낸다. 엔진이 이중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우주선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고 봄바르델리는 말한다.

돈 탐사선과 마찬가지로 이 가상의 우주선은 태양전지로 얻은 전기를 사용해 제논 기체를 분해하고 이온을 만들어낸다. 이온은 충전되었다가 우주선의 꽁무니로 분출된다.

연구팀은 소행성 궤도변경 우주선이 제 임무를 다하려면 11㎾의 출력이 필요하다고 계산해냈다. 이는 돈 탐사선의 출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NASA 지구근접천체(NEO) 프로그램의 폴 초다스는 “몇몇 경우에는 이온 빔 방향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다스는 이 학회에서 나온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한 핵심인물이지만 봄바르델리의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초다스는 이 논문에 나온 것보다 더 강력한 이온 우주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향후 NASA의 소행성 방향전환(ARM) 임무에서 40㎾급 이온 엔진을 시험할 예정이다.



이온 빔이 소행성에 가하는 정확한 힘의 양을 알아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봄바르델리와 그의 연구팀은 독일 항공우주연구소(DLR)의 플라즈마 진공 챔버 내에서 이 방법을 실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예측한 수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발사와 랑데부
연구자들은 이 가상 우주선의 발사 일자를 2017년 5월 28일로, 그리고 가상 소행성 도착 일자를 2019년 9월 30일로 잡했다.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시간이 3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행성 직경이 250m, 밀도는 평균 수준인 2g/cm3로 밝혀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지구를 완전히 비껴가게 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러나 피해를 줄이는 궤도 수정은 가능할 듯하다. 그러면 그 다음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야기된다.

어디에 충돌시킬 것인가?
연구자들이 상정한 최악의 시나리오 중에는 소행성이 뉴델리(인구 1,600만명)를 향해 날아온다는 것도 있었다. 연구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이 경우 소행성에 이온 빔을 22개월 동안 쪼이면 아프가니스탄의 오지인 팍티카 주에 충돌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인명 피해 강도는 두 단계 줄어들 것이고, 사실상 거의 모든 인프라 파괴도 피해갈 수 있다.

만약 우주선이 소행성에 이온 빔을 쬘 시간이 15개월밖에 없다면 이 경우엔 소행성을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에 충돌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 곳은 아프가니스탄의 사막보단 훨씬 발전된 곳이지만 거기 떨어진다고 해도 인명피해는 한 단계 줄어들 것이다. 이런 전략을 쓸 때 생기는 정치적 문제는 과학적 문제를 압도할 만큼 클 것이다. 인도 뉴델리에 떨어지게 되어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파키스탄의 인구 밀집지대나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분명 각국간의 합의를 통해 소행성이 떨어지는 국가와 지역에 타당한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다.

소행성이 뉴델리가 아닌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충돌하게 되어 있었다면, 13개월 동안만 이온 빔을 쬐어도 미얀마에 충돌하도록 궤도를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상자와 인프라 파괴 강도가 모두 두 단계 낮아지게 된다.

약 소행성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향하고 있다면, 피해 줄이기가 가장 쉬울 것이다. 테헤란은 사막에 둘러싸여 있어 이온 빔을 한두 달만 쪼여도 사상자와 물적피해 강도를 두 단계 이상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정치적 합의도 훨씬 덜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옵션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가상의 소행성이 지구와 전혀 충돌하지 않게 하려면 이온 빔 우주선 5대와 3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경 390m의 소행성을 완전히 피하려면 20대의 우주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우주선을 건조하고 발사하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소행성의 크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온 빔을 이용한 궤도 변경이 전혀 쓸모없다고 보는 시나리오도 있다. 소행성의 궤도를 크게 변경하려면 수개월 혹은 수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류가 소행성을 조기에 발견해 냈을 경우에만 이온 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경우 학회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역학 충격기’를 사용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방법이다. 이런 우주선은 구조가 비교적 간단해도 되기 때문에 이온 빔 우주선에 비해 더 빠르고 쉽게 건조할 수 있다.

그러나 역학 충격기에도 단점은 있다. 소행성의 방향을 한 방향으로만 바꿀 수 있다. 여기서 쓰이는 방법은 소행성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우주선을 소행의 진로 앞에 배치하면 소행성과 우주선이 충돌해 속도가 줄어드는 식이다. 궤도역학상 소행성의 속도를 늦추면 궤도가 작아지고, 그 결과 지구 궤도와 교차하는 부분도 달라지게 된다.

컨퍼런스에서 도출된 시나리오 대로라면 역학 충격기는 소행성을 서쪽으로만 밀어낼 수 있다. 반면 이온 빔 방식은 소행성을 어느 방향으로든 밀 수 있다. 사람이 덜 사는 데 떨어뜨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인 경우라면 역학 충격기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NASA는 소행성 방향전환 임무를 통해 소행성의 진행방향을 바꾸는 또 다른 방법을 탐구할 예정이다. 우주선이 소행성으로 가서 바위를 들어올린 뒤 늘어난 질량을 중력 트랙터 빔처럼 사용해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이는 이온 빔과 마찬가지로 소행성을 살짝 밀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온 빔만큼 간단치는 않다.

마지막으로 지구에 너무 가까이 다가온 매우 큰 소행성이라면 또 다른 방법이 하나 있다.

초다스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핵 병기 사용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사시에 쓸만한 가치 있는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학회에서 그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한 결과, 이 시나리오도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결국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초다스도 “소행성의 존재가 알려진 시점, 그 궤도, 크기에 따라 방법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ARM - Asteroid Redirect 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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