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삼성전자 신제품 공개 행사 ‘언팩’ 행사장에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깜짝 등장했다.
저커버그는 10분 간의 연설 대부분을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 즉 가상 현실의 시장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다음 플랫폼은 VR(가상현실)이 될 것이다. 현재는 게임과 오락 분야 정도에 사용되고 있지만, 곧 빠르게 발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VR은 사용자가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과 실제 현실처럼 상호 작용을 하는 기술을 총칭하여 부르는 용어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볼록렌즈가 달린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기기를 사용하여 영상을 본다. VR은 꽤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특히 2014년에 페이스북이 VR 스타트업인 오큘러스를 20억달러(약 2조 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미래의 콘텐츠 기술로 떠올랐다.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360도 카메라 ‘기어 360’을 선보이며 HMD VR 기기 ‘기어 VR’과 라인업을 완성했다. 후발주자인 LG전자는 ‘360 VR’과 ‘360 캠’을 선보였다. LG 360 VR’의 경우 무게가 경쟁사의 3분의 1인 118g에 불과해 주목받았다 . 기어 360은 195도 어안렌즈 2개를, LG 360 캠은 200도 어안렌즈 2개를 탑재해 주변 360도를 촬영한다
360도 가상 현실은 촬영 장소에 가지 않고도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영상 콘텐츠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 360도 VR 영상은 일반적으로 액셤캠을 6~12대 이용해 만들어졌다. 각각의 카메라가 찍은 영상은 ‘스티칭(Stitching)’이라는 작업을 거쳐 상호 연결, 하나의 영상으로 완성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두 기기는 이 같은 과정을 자동화 처리해 일반 소비자들도 손쉽게 가상현실용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글로벌 IT 업체들도 앞다퉈 가상 현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비밀리에 개발팀을 운영하며 이달 초 가상 현실 헤드셋을 내놓았고, 가상현실 사업부를 신설한 구글은 올해 안에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퀄컴은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스냅드래곤 820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VR기기를 연동해 고품질의 VR콘텐츠를 공개했다. 소니와 HTC도 주력 사업을 가상 현실로 바꿨다.
이동통신사들도 5세대(G)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VR콘텐츠를 시연했다. VR 동영상의 경우 보통 6개 이상의 카메라에서 촬영한 화면을 하나로 합쳐서 제작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동영상보다 훨씬 더 큰 용량이 필요하다. 빠른 속도의 5G가 VR구현에 필수적인 이유다.
SK텔레콤은 이번 MWC2016에서 처음으로 20.5기가비피에스(Gbps)를 시연했다. KT는 촬영한 UHD 고화질 동영상을 별도의 과정 없이 실시간으로 VR기기에 전송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 AT&T도 5G 기술을 활용한 VR체험을 진행했다.
가상 현실은 이제 스마트폰과 간단한 VR 기기만 있으면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삼성과 LG가 앞서 공개한 새 스마트폰 갤럭시S7과 G5도 가상 현실 기기와의 연동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폰을 가상 현실 기기에 끼우거나 선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가상 현실은 이제 단순 오락을 넘어 군사와 상업, 교육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하고,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력도 크다. 대형 트럭을 운전하고, 적을 공격하는 군사 훈련도 가상 현실에서 이뤄진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매물로 나온 아파트 내부를 살펴볼 수도 있게 된다.
글로벌 업체들이 가상 현실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이나 애플 모두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로 삼은 게 바로 가상 현실 산업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를 가상 현실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하며 산업 육성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세계 가상 현실 시장은 5조 원 정도인데, 2020년에는 185조로 37배나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현재 가상 현실 기술은 세계 4위 수준이지만 시장을 선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사정은 열악하다. 특히 부가 가치가 높은 가상 현실 콘텐츠 개발은 주로 중소 업체들이 담당하면서 제작 기반이 부실한 상황이다.
VR 보급에 걸림돌도 있다. 당장 직면한 난관 중 하나는 VR 기술과 콘텐츠가 철저히 ‘개인용’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1인 가구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하더라도 개인용 콘텐츠라는 점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쉽게 확산 되기 어려운 점으로 작용한다. 3D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때 발생하는 ‘멀미’ 증상은 업계의 주된 이슈 중 하나이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장벽은 ‘가격’이다.
애초 저렴한 가격으로 VR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큘러스 리프트’는 기본 세트만 599달러(약 75만원)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VR은 미디어, 교육, 부동산, 게임, 의료 등에 사용될 수 있다”며 “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업체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아직 무게, 해상도, 비싼 가격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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