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넥슨의 엔씨소프트 주식 처분 이후 엔씨소프트와 3대주주인 넷마블(지분 8.90% 보유) 간 협력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자주 만나 협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내년 출시 예정인 '리니지2 모바일'에 이어 두 번째 모바일게임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N'을 최근 가동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최강자인 넷마블이 온라인게임 위주인 엔씨의 온라인게임 지적재산권(IP)을 사들여 모바일용 게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이다. 현재는 구매할 IP를 선택하기 위해 협의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리니지2 모바일'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인력 문제 때문에 개발 단계까지 가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성향상 일단 시작했다면 '리니지2 모바일'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차기 프로젝트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귀띔했다.
넷마블은 지난 7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S'에 돌입했다. 올들어 해외 캐릭터 등 IP 수집에 열성인 넷마블에게 리니지2는 유일한 온라인게임 IP다. 넷마블은 엔씨의 IP로 검증된 게임을 만들고 엔씨소프트는 이를 통한 로열티로 돈을 버는 구조다. 리니지2와 이번에 가동되는 프로젝트N이 성공하면 양사의 협력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넥슨이 엔씨 지분 13.07%를 모두 처분한 이후 "엔씨와 넷마블도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는 사그라들게 됐다. 양사는 지난 2월 넥슨의 엔씨 경영권 위협에 맞서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바 있다. 특히 게임업계 매출 2·3위끼리 손잡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매출 1등인 넥슨에 맞서기 위한 '정략결혼'에 빚대기도 했다. 넷마블의 한 고위관계자는 "엔씨 임원진이 모바일 부문 협력을 위해 수시로 넷마블을 찾는다"며 "방 의장과 김 대표가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엔씨가 모바일게임을 넷마블에 의존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 3·4분기 엔씨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1,957억원, 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38% 감소한 상황에서 모바일게임 개발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진원 엔씨 홍보실장은 "넷마블과의 협력은 엔씨의 여러 모바일 전략 중 일부일 뿐"이라며 "최근 자체 모바일게임 개발 체제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엔씨는 이날 국내 최대 만화 기획·제작 매니지먼트사인 재담미디어에 15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콘텐츠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는 "상호 IP를 활용한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