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 갖춘 금융 지주 시너지효과 유리...
우리은행+삼성증권 적과의 동침 택한 곳도...
초우량고객 자산 기준 낮추기도
수수료 배분 갈등은 공존의 걸림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입을 앞두고 은행과 증권간 고객유치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두 업권이 결합된 복합점포가 재조명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ISA에 한해서 은행권과 증권사에 각각 투자일임업과 비대면 온라인 가입을 허용했지만 결국 은행과 증권간 엄연히 다른 경쟁력으로 인해 협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른 경쟁사에 고객을 잃기보다 같은 계열의 증권이나 은행에 고객을 유치하는 편을 선택하는 복합점포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수수료 배분과 고객 유치에 따른 실적 평가 등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면 한 지붕 두 가족의 공존은 ISA 도입 이후에도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객 입장에서 조직도 채 갖춰지지 않은 은행의 일임형ISA보다는 오랜 투자경험과 운용역량을 갖춘 증권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증권사 고객 가운데 예·적금에 자산을 분산시키겠다는 고객은 은행 신탁형ISA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 은행과 증권간 경쟁보다는 상호 협조를 통해 고객 확보에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NH금융지주는 복합점포 은행 고객이 전문가의 투자자문을 요구할 경우 일임형ISA로 적극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물론 증권사 고객 중 예금상품 수요가 강한 고객은 은행 신탁형ISA로 안내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복합점포 내 은행, 증권의 상품 비교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업권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시너지를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KEB하나은행과 복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점포를 현재 19개에서 28개까지 확대하고 은행과 증권 간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그룹으로서 손님이 윈-윈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상품을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카드·보험까지 포함된 연계서비스를 제공해 ISA와 관련된 복합점포의 기능을 최대화시킬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초고액자산가 위주의 복합점포의 고객 대상 기준을 낮춰 고객을 전방위적으로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기존 신한PWM센터는 자산 3억 원 이상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PB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지난해 7월부터 PWM라운지를 개설해 고객자산 기준을 1억 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ISA가 초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 지점에까지 복합점포 기능을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지주 외에도 개별 금융사의 짝짓기도 분주하다. KDB대우증권을 인수하는 미래에셋증권은 수협은행과 복합점포 개설을 고민하는 등 고객 유치에 은행과 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은 올해 초 금융당국이 증권, 은행 간 공동영업에 대한 수수료 자율화를 입법 예고하자 발 빠르게 움직이며 두 회사 간 고객 수수료 분배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자와 공동영업을 하는 복합 점포내 은행의 은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과 고객의 거래 규모에 연동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
시중은행 복합점포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같은 계열사나 복합점포를 꾸린 금융사 간의 협업은 ISA도입 이후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은행과 증권의 수수료 분배 등의 문제가 해소되면 보다 다양한 상품과 고객 유치 전략을 위해서라도 업권간 협업 시스템이 동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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