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FORTUNE KOREA 2016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슈퍼볼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을 뜻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단판 승부다.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TV로 중계되는 이 경기를 시청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방송이 노출되다 보니 기업들은 슈퍼볼 TV 광고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슈퍼볼 TV 광고는 북미지역의 수많은 잠재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는 국내 기업 중에서 현대·기아차와 LG전자가 슈퍼볼 TV 광고를 내보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지난 2월 8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제 50회 슈퍼볼이 열렸다. 슈퍼볼은 미국프로풋볼리그 챔피언 결정전이다. 올해 슈퍼볼에서는 덴버 브롱코스가 캐롤라이나 팬서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슈퍼볼 중계방송은 CBS가 맡았다. 슈퍼볼은 NBC·CBS·폭스TV 등이 매년 돌아가면서 생중계를 한다. 방송사가 NFL에 지불하는 중계권료는 연평균 5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슈퍼볼은 시청자 집중도가 높다. 남녀노소 모두가 이 경기에 열광한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은 올해 슈퍼볼 시청자 수가 1억1,190만 명이라고 집계했다. 시청률은 70% 이상을 기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중계방송이기 때문에 경기 중간에 TV로 방송되는 광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슈퍼볼 중계는 15분씩 4쿼터에 10분짜리 하프타임쇼로 구성된다. 쿼터 사이사이에 중간광고와 하프타임 광고 등이 방송으로 나간다.
슈퍼볼은 미국 소비자들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에게는 최고의 광고 플랫폼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프리미엄 시장이다. 북미지역 매출확대를 원하는 주요 기업들이 거액을 들여 슈퍼볼 광고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슈퍼볼 TV 광고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967년 1회 대회 때 슈퍼볼 TV 광고단가는 30초당 4만 2,000달러였으나 현재는 100배 이상 높아졌다. 재작년 광고단가는 400만 달러였고 지난해엔 450만 달러에 달했다. 미국 광고시장 조사기관 칸타미디어는 올해 슈퍼볼 TV 광고단가가 30초당 최고 5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올해 슈퍼볼 TV 광고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은 50여 곳이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현대·기아차와 LG전자가 광고를 내보냈다. 현대차는 2008?2014년까지 7년간 슈퍼볼 광고에 나섰다가 지난해에는 신차를 내놓지 못해 광고를 잠시 중단했다. 현대차는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는 고급 브랜드로 재탄생한 ‘제네시스’의 이미지 제고와 ‘올 뉴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마케팅 강화에 주력했다. 이번 슈퍼볼에서 현대차가 내놓은 TV 광고는 네 편이었다. 브랜드 광고(60초)와 제네시스 광고(60초), 올 뉴 엘란트라 광고 두 편(각 30초) 등이다. 제네시스 광고는 미국 종합일간지 USA투데이가 실시한 광고 인기 조사에서 ‘슈퍼볼 최고의 광고’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론칭한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미국 소비자에게 깊이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7년 연속 슈퍼볼 광고에 나섰다. 기아차는 올해 슈퍼볼에서는 신형 ‘옵티마(한국명 K5)’ 광고 한 편을 내보냈다.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60초 분량의 광고를 통해 올레드(OLED) TV와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알렸다. LG전자는 슈퍼볼 광고를 통해 올레드 TV의 우수성을 미국 시장에 각인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LG전자는 자사 올레드 TV의 주력 모델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세 배 가량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단 올레드 TV도 미국 시장에 전격 투입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쓰면서 슈퍼볼 경기에 광고를 집어넣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광고 효과 때문이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브랜드 에즈’는 지난해 슈퍼볼 광고를 본 시청자 3만 7,44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슈퍼볼 광고 이후 브랜드 구매 의사가 평균 6% 올랐다고 밝혔다.
반면 슈퍼볼 광고가 직접적인 상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광고 전문지 ‘애드 에이지’는 슈퍼볼 광고의 60%가 상품 판매 신장 또는 소비자들의 구매욕 자극으로 직결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광고 분석업체인 ‘제네시스 미디어’는 시청자의 90%가 슈퍼볼 광고에 나온 제품을 사려 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슈퍼볼 광고는 경기 당일에만 TV로 전파를 탈 뿐이다. 그럼에도 슈퍼볼 광고를 내보내려는 기업들은 끊이지 않는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직접적인 제품 판매 효과보다는 기업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슈퍼볼 광고에 나서는 것 자체가 글로벌 기업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여기는 기업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볼이 끝난 뒤 인터넷과 언론매체를 통해 그 해 최고의 슈퍼볼 광고를 꼽는 순위 매기기가 이뤄질 정도로 슈퍼볼 이후에도 광고 효과가 지속한다는 점이 기업들을 광고로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광고가 화제를 모을 경우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광고비의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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