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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한라산청정촌 대표, 사라져가는 제주의 맛 '푸른콩장' 지켜내야죠

제주산 푸른콩으로 장류 제조

달고 향 좋아 인기… 현대百에 납품

체험농장 운영 食문화 보존 힘써 국내 첫 '맛의 방주' 등재되기도

김민수 한라산청정촌 대표
김민수 한라산청정촌 대표가 제주 푸른 콩으로 만든 된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한라산청정촌

"할머니, 지난번에 콩 심었는데 왜 또 심어요?" "그건 소 먹이려고 심은거고 이건 된장 해먹으려고 심는거야."

이제 노년이 된 어린 제주 소녀는 할머니와 나눈 대화를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라산청정촌 김민수 대표의 어머니 이야기다. 한라산청정촌은 제주에서만 나는 푸른 콩으로 된장과 고추장 등의 장류를 제조하는 회사다. 김 대표가 대대로 살아온 제주도 서귀포시는 밀감으로 유명하지만 장 담그는 문화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족이 먹을 만큼만 푸른 콩을 심어 장을 담가 나눠 먹어 상업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주도는 회를 먹을 때 찬물에 된장을 풀어 함께 먹는 등 원래 장류를 많이 먹는 고장"이라며 "제주도 푸른 콩과 장 담그는 문화를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한라산청정촌의 제주 푸른 콩 장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별미장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서귀포 시청에서 마련한 물산 특판 전에서 밀감 일색인 매대에 장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현대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

큰 범주에서 장류는 비슷비슷하다. 다만 제주 푸른 콩 장은 맛이 달면서 향이 좋은 것이 특징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과학적으로 검증해보니 발효되는 과정에서 다른 콩에 비해 많은 양의 이소플라본이 생성된다. 김 대표는 "판매 전엔 과학적 근거를 몰랐지만 이런 특징 때문에 예전부터 제주 푸른 콩을 장콩(장 담그는 콩)이라고 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귀포 지역에는 장류 용으로 알려진 메주콩과 별개로 장콩이 따로 존재한다. 제주 푸른 콩은 그 특성을 인정받아 화장품 기업인 이니스프리의 제주 발효 콩 라인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김 대표의 집에서 이니스프리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체험 농장 교실도 운영하며 제주 푸른 콩 식 문화 보존에 열심이다. 그는 슬로우푸드(slow food) 운동 가운데 하나인 맛의 방주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맛의 방주 캠페인은 노아가 멸종될지도 모르는 동물들을 방주에 태워 살리듯 잊혀져 가는 음식의 맛을 살린다는 의미의 전 세계적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푸른 콩장이 2013년 제일 처음으로 맛의 방주에 올라탔다. 한라산청정촌은 혁신성과 사회적 공헌도를 높게 평가받아 사회적 기업으로 간주 돼 동그라미 재단에서 브랜드 디자인과 멘토링 서비스를 받은 바 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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