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사진)의 대결을 앞두고 ‘이세돌 승리’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세돌 9단이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최종국에서 중국 커제 9단에게 243수 만에 패하긴 했지만 이는 변수에 불과하단 분석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알파고는 단기 전략은 우수하지만 멀리 내다보고 미리 수를 쓰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바둑은 멀리 내다보고 게임을 진행해야 해서 이세돌 기사가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알파고는 아직 세계 최정상급들의 변화무쌍한 대국 방식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고, 알파고가 지난 10월 대결에서 판후이 2단을 5전 전승으로 꺾긴 했지만 판후이의 실력은 아직 이세돌에 훨씬 못 미친다는 이유다.
이에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가 적응 기간은 적지만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파괴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기본 데이터에 기반해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전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알파고는 자체 신경망끼리 수천만 번의 바둑을 두면서 시행착오를 통한 강화학습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프로 바둑기사 출신 IT전문가인 김찬우(6단) AI(인공지능) 바둑 대표는 “정상급 기사와 대결하려면 모든 점에서 완벽해야 한다”며 “알파고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알파고가 매수 최적의 착점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프로기사들처럼 몇십 수 앞을 내다보는 착점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을 꺾은 중국의 커제 9단도 프로 기사가 가진 ‘경험’에 손을 들었다. “프로 수준에 이르더라도 정상급 기사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꺾으며 프로 실력에 다가선 알파고가 약 5개월 만에 이세돌 9단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세돌 9단은 다가올 알파고와의 대결에 여전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세돌 9단은 5일 귀국 후 모 일간지와 자리한 인터뷰에서 “정상급 프로기사들의 바둑에서는 계량화할 수 없는 ‘비틀기’나 ‘흔들기’가 나오는데 알파고는 이에 대한 훈련이나 감각이 없는 듯하다”며 “직관과 감각이 승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바둑에서, 지금 수준의 ‘알파고’가 프로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 5차례에 걸친 대국은 오는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첫 발을 뗀다. 제한시간은 각각 2시간이며 이후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을 따르며 대국은 두 사람이 마주 보는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아마추어 바둑 6단인 개발자를 알파고의 대타로 내세워 알파고가 원하는 자리에 바둑돌을 대신 둘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정수현기자 valu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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