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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30대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다 직장을 얻더라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아 생긴 일로 풀이된다.
8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중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계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1만6,000원으로 2014년에 비해 0.6% 감소했다. 소득 감소는 지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20~30대 가구 소득 증가율은 2011년 5.2%, 2012년 2.9%, 2013년 7.4% 등 꾸준히 상승했지만 2014년 0.7%로 급격히 둔화하더니 지난해에는 심지어 감소했다. 특히 20∼30대 월급쟁이 가구의 근로소득이 0.8% 감소하면서 사업소득·재산소득 등을 포함한 전체 소득 증가율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소득이 줄어든 연령대는 20~30대뿐이었다. 40대 가구 월평균 소득은 495만9,000원으로 2.8% 증가했고 50대 가구는 505만5,000원으로 2% 상승했다. 60대 이상 가구는 300만4,000원으로 6.8%나 불었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가구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20~30대 가계의 소득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로 역대 가장 높았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 일자리를 잡거나 생계형 창업을 하고 있는 것도 소득 수준을 끌어내린 요인이다.
수입이 줄어든 20~30대 가구는 자연스럽게 씀씀이도 줄이는 '축소지향적' 경제생활을 했다. 지난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335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0.9% 감소했다. 지출이 줄어든 것 역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실제 주거비(월세) 지출이 26.6% 급증하자 의류·신발(-9.3%) 등 필수 지출과 직결되지 않는 항목의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20∼30대 가구의 소득·지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청년실업일 것"이라며 "청년실업은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지만 실업급여 지급 조건 완화 등의 수단이 나올 뿐 구조적 원인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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