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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 입점 업체의 매장을 멋대로 이동하게 하고 입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등의 이른바 '갑질'을 못하게 된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과 입점 업체 사이의 계약서를 심사해 35개의 불공정 약관을 찾아내 백화점이 바로잡도록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찾아낸 대표적 불공정약관은 매장위치변경 관련 조항이다. 현대아이파크백화점·대구백화점 등 6개 백화점은 약관에서 '건물 관리, 운영상 부득이한 경우 매장위치를 변경할 수 있다'는 식의 불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백화점 내 여러 매장의 위치·면적·시설이 동시에 변경되거나 입점 업체가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등 구체적인 조건하에서만 매장위치변경이 가능하도록 약관을 수정토록 했다.
백화점이 입점 업체와의 계약을 마음대로 해지할 수 있는 조항도 수정했다. 신세계 백화점·AK백화점 등 7개 백화점은 '입점 업체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백화점이 판단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뒀다. 사실상 백화점 마음대로 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 이 조항은 '백화점 고객이 정당한 이유로 3회 이상 불만을 제기했음에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입점 업체가 파산을 신청하는 등 계약 이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됐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로 구체화됐다.
지금까지는 입점 업체가 100% 부담했던 점포 인테리어 공사 비용도 백화점과 분담하도록 했다. 롯데·신세계 등 8개 백화점은 매장 인테리어 비용 일체를 입점 업체가 백화점에 청구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를 비용지출 전에 백화점과 상의해 분담액을 결정하도록 바꿨다.
임대료 미납 등에 연 24%에 달하는 '이자 폭탄'을 물리는 행태에도 제동이 걸린다. 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13개 백화점은 임대료 미납 등 금전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연 24%의 지연이자를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공정위가 고시하는 이율 15.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밖에 백화점의 매장 전체 리뉴얼 정책 등 백화점 귀책사유로 영업을 못 해도 입점 업체가 임대료·관리비 등을 부담했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백화점 귀책인 경우 백화점이 비용을 부담한다. 또 판매촉진비용(판촉비)도 현재는 구체적인 기준 없이 상당 부분을 입점 업체가 지불했지만 앞으로는 입점 업체의 자발적 요청에 의한 행사가 아니라면 판촉비의 절반 이하만 입점 업체가 내기로 했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백화점이 예전 약관을 다시 사용하면 약관법에 따라 시정권고·명령을 내리고 극단적으로 검찰 고발조치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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