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치권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인식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경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진땀을 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 "긍정적 측면도 많다"며 밝은 면을 부각하자 불과 얼마 전까지 '경제위기론'을 설파하던 기재부도 입장을 뒤집어 긍정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기재부는 향후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내놓고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단을 잘못하면 처방도 잘못될 수 있다"며 "정부가 심각한 현 경기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 7일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에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수출 감소폭이 줄었고 소비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대국민담화에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온도 차가 난다.
야당 등에서 "경제 상황은 최악인데 대통령만 긍정론을 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경제심판론을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고 이에 기재부는 논란을 진화하려는 듯 대통령의 언명에 동조하고 나섰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한 강연에서 "현 경제 상황은 정부가 지난해 경제전망 때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 경제부총리는 또 "경제 상황보다 지금은 경제 심리가 더 큰 문제다. 정부도 경제 심리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 정책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불과 두 달 전 취임 때 '백병전 불사' 등 전투용어를 쏟아내며 우리 경제가 구조적 요인에 따른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진단을 내놓았고 2월에는 경기 보강대책을 발표하며 내수와 수출에 대해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한 데서 확연한 변화다.
기재부는 앞으로의 경기에 대해서도 일부 지표를 근거로 낙관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논리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기재부는 3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월 수출액이 12.2% 감소(전년 대비)해 1월(-18.8%)에 비해 개선됐고 수출물량도 1월 -5.3%에서 2월 11.2% 증가로 반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동월에 비해 하루 늘어난 조업일수 요인을 배제하고 보면 일평균 수출액이 1월 15.6%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는 16.2% 줄어 수출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게 사실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일평균 수출액이 1월에 비해 2월에 더 크게 감소한 것을 근거로 들며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기재부는 2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재시행돼 내수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 또한 효과가 떨어지는 형국이다. 2월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9% 증가해 1월 -4.5%에서 반전했지만 지난해 개소세 인하 때에 비교하면 약발이 떨어졌다. 개소세 인하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승용차 판매량은 15.5% △10월 22.7% △11월 16.3% △12월 17.7% 등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경기가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하면서도 "진단을 잘못하면 처방도 잘못될 수 있듯이 정부가 낙관론을 펴다 대책에 소홀해져 경기 모멘텀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