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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성 없는 스펙쌓기 의미 없어...지원 회사·직무 정조준해야”

“최근에는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지원자보다 회사와 직무가 요구하는 바를 정조준해 공략하는 ‘선택과 집중’형 지원자가 늘고 있습니다.”

LG전자 인사 담당자는 최근 입사 지원자들의 동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전방위 준비보다는 맞춤형 공략으로 ‘바늘구멍’ 취업 시장을 뚫으려는 영리한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들이 갈수록 업무에 맞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채용 방식을 변경하는 트렌드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신입 공채 역시 이 같은 탈스펙의 열린 채용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9일 인크루트와 각 기업에 따르면 상반기 신입 공채가 이달 중 본격 진행된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LG그룹·SK그룹·이랜드그룹은 채용 일정에 돌입했으며 삼성그룹과 CJ그룹은 14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대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 신입직원도 줄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에 힘쓴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예년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1만4,000명의 신입직원을 뽑았다, LG그룹 역시 지난해(약 1만2,000명)선에서 대졸 공채 및 생산직 직원을 뽑을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자동차도 1만여명 남짓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1만5,800명을 채용한 롯데그룹도 올해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그룹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오히려 인원을 늘린다. SK그룹은 지난해보다 400명 늘린 8,400명, GS그룹은 200명 증가한 3,800명을 올해 신규 채용한다.

채용 방식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스펙보다는 열정과 직무적합성 등에 대한 평가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 입사지원서에서 각종 스펙 입력란을 최소화하고 대신 면접을 강화하거나 업무별로 필요한 능력을 별도 테스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창의성면접’을 도입했다. 이는 지원자와 면접위원의 토론방식으로 진행되며 여기서 지원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 전개과정을 평가하게 된다. 면접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전공과목 이수 내역, 활동경험, 에세이 등으로 심사하는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들만 다음달 17일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를 수 있다.

LG그룹은 주민번호·가족관계·주소뿐만 아니라 수상경력·어학연수·인턴·봉사활동 등 스펙 입력란을 없앴다. 대신 실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과정들이 강화됐다. 소프트웨어 관련 지원자들은 코딩의 알고리즘을 풀이하고 코딩을 직접 짜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영업 및 마케팅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합숙 면접을 통해 극한의 상황에서도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한다. 재경 부문의 경우 회계시험이 따로 실시된다.



SK그룹도 지원서에 자격증이나 학력 등 스펙 항목을 삭제했다. 또 전공과 학점 등 기초 정보까지 적지 않고 오로지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만 선발하는 ‘바이킹 챌린지’ 전형도 운영한다. 조돈현 SK그룹인재육성위원회 기업문화팀장(부사장)은 “채용규모는 늘리면서 탈스펙을 지향해 능력을 가진 청년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입 공채 인원의 40%를 여성으로 선발하며 스펙을 배제한 열린채용인 ‘스펙태클 오디션’으로 오로지 직무수행에 적합한 능력만을 평가해 직원을 뽑을 계획이다.

취업준비생들의 또 하나의 공략 포인트는 다양한 채용 트랙 활용이다. 기업들이 갈수록 채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어 일괄적인 공채 과정 외에도 취업시장을 뚫을 여지가 있다.

현대차는 정해진 채용 시즌이 아니어도 평소 서울 양재동 본사에 마련된 채용 전용 면접장 ‘에이치 스퀘어(H-Square)’를 방문해 면담을 거치면 서류전형 면제 특전을 받을 수 있다. 또 전략 지원 분야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상시 면담 제도’를 올해부터 개발 및 플랜트 분야까지 확대 운영해 보다 많은 지원자에게 면담을 통한 선발 기회를 제공한다.

한화그룹은 대학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주니어 인턴제를 통해 대학생 300명을 뽑을 계획이다.

박영진 인크루트 과장은 “갈수록 직무 적합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면접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서류 전형과 자기소개서도 면접의 관문을 뚫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진·임진혁·박재원·김현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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