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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임 위원장의 1년은 '발로 뛴 한 해'로 표현할 수 있다.
임 위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회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현장에 숨은 금융규제를 발견해 고치려고 애썼다. 임 위원장의 정책 방향에 비판적인 금융계 인사들도 대부분 그의 노력을 인정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과거 금융위원장과 비교하면 임 위원장은 훨씬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숨은 가시를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1년간 99차례 현장을 찾았고 23회의 금요회(매주 금요일마다 현장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모임)를 가졌다. 이를 통해 찾아낸 70개의 과제 중 58개는 개선을 완료했거나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핀테크 활성화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보험업 자율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크라우드 펀딩 도입 등이 그 결과물이다. 또 법적 근거 없이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시행하던 각종 그림자 규제 366건 중 219건을 없앴다. 또 금융감독원의 제재 권한을 줄여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높여줬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과거 금융 당국은 보여주기 식이나 딴죽을 거는 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임 위원장이 몸소 뛰면서 금융 당국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확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임 위원장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2차 금융개혁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규제 철폐나 현장 애로를 해소하는 것은 누구나 환영하는 손쉬운 개혁이라면 2차 개혁은 반대를 무릅쓰고 해야 하는 '거친 개혁'이다. 자본시장의 구조 개편과 성과주의 확산 등이 주요 과제로 선정됐다. 성과주의만 하더라도 임 위원장은 공공금융기관들을 앞세워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거친 개혁을 어떻게 밀고 나가느냐에 따라 금융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당장 4월부터 본격화될 부실 기업 구조조정도 그에게 큰 과제다. 한 시중은행의 리크스 담당 임원은 "지난해 금융 당국을 주축으로 5대 업종에 대한 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잘 잡은 만큼 이제는 인수합병을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 구조조정을 위한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 당국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인 금융의 안정성과 건전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상조 교수는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더 나아졌다고 보는 시장 참여자는 없을 것"이라면서 "금융위가 나름대로 정책을 폈다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설익은 정책을 추진한다는 우려도 있다. 전세금을 펀드에 넣어 굴려준다는 전세펀드는 금융위가 사실상 원금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가 논란이 일자 원금 보장은 되지 않는다며 발을 뺐다. 지난해 두 곳에 인가를 낸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행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혁신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인터넷은행 경영권을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그림이 어그러진 상태다. 지난 14일 은행과 증권사에서 출시한 ISA는 일부 은행 실무진으로부터 준비가 미흡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등 불완전판매 우려가 여전하다. /임세원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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