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주도해온 국내시장은 이제 변해야 합니다. QM3·SM6 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지나 올해 내수 10만대를 달성하겠습니다.“
올 4월1일부로 르노삼성자동차의 첫 한국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는 박동훈(사진) 신임 사장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장에서 국내 출시를 앞둔 ‘SM6’를 소개할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르노삼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앞장섰던 그다.
박 사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르노그룹이 생각하는 르노삼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덕분에 한국인 첫 CEO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조직원의 자존감을 높이는 작업을 가장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8만17대를 팔며 국내 완성차 업체 5곳 중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이렇다 할 신차가 없는 데다 수입차의 거센 공세가 큰 요인이다. 하지만 박 사장의 주도로 야심 차게 한국시장에 선보인 SM6는 지난 1일 공식 판매 전까지 1만1,000대의 사전계약을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만난 박 사장은 SM6(현지명 탈리스만) 곁을 떠나지 않았다. 당시 그는 SM6에 대해 ”한국에 들여오면 무조건 성공할 차“라면서 ”한국인 디자이너가 주도한 첫 작품이 한국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6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예상대로 SM6는 국내시장에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초 QM3 사전계약 물량 1,000대를 7분 만에 완판시키며 이목을 집중시킨 데 이어 연타석 홈런을 날린 셈이다. ‘삼성이 만든 자동차’로 유명해진 SM5 1세대 모델 이후 특별한 흥행작이 없던 르노삼성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박 사장은 르노삼성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현대차가 이끌어온 국내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박 사장은 올해 르노삼성의 내수 3위 회복을 위해 ‘라인업 확대’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SM3·SM5·SM7·QM3·QM5 등 기존 르노삼성이 판매하던 차종은 경쟁사에 비해 너무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위해 그는 공식 사장으로 취임한 후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클리오는 1990년 첫 출시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지금도 유럽에서 연간 30만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차종으로 국내 소형차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르노 차량이 많지만 여건상 클리오를 가장 먼저 국내 시장에 들여올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올가을 QM5의 후속모델을 국내에 내놓는다. 현재로서는 SM6에 이어 QM6로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SM6를 내놓을 당시 ‘6’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지만 지금으로서는 QM6를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M6의 흥행이 SM5와 SM7 같은 자사 차종의 판매량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오히려 르노삼성에 대해 무관심했던 고객들이 전시장을 찾으면서 SM7의 판매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인터뷰 내내 최우선 과제로 ‘직원들의 자신감 회복’을 꼽았다. 지난해 내수 5위를 차지하면서 회사 전반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의 포용력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프로야구 LG트윈스의 광팬으로 알려진 그는 2005년부터 8년간 일한 폭스바겐코리아를 떠나 르노삼성으로 둥지를 옮길 당시 직원들에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LG트윈스의 점퍼를 선물 받을 만큼 내부 신망이 두터웠다.
박 사장은 또한 수입차 1세대로서 업계 전문가로 꼽힌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외조카로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 폭스바겐코리아 초대 사장을 거쳐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을 지내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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