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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대출시장 캐피털사-제조사 견고한 카르텔 "은행권 주차금지"

저금리 신한 써니마이카 돌풍에 은행업계 시장 진출 속도 빨라져

캐피털업계 생존위기설까지 솔솔… 車제조사 "은행 상품 취급말라"

전속 할부금융사 밀어주기 나서 소비자 선택권 침해에 논란여지


캐피털사 등 2금융권이 지배하고 있는 자동차 금융 시장에 최근 은행권이 새로운 구조의 자동차 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이 각 영업점 딜러들에게 은행 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말 것을 권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전속 캐피털사를 보유한 자동차 제조사가 은행권의 자동차 대출에 일종의 '진입 장벽'을 치는 것인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공정거래법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계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자동차 제조사 A사는 최근 각 영업점에 신한은행 자동차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지시하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A사는 각 영업점에 배포한 지침에서 '본부 내 일부 지역에서 타 금융사인 신한은행이 자동차 대출을 목적으로 딜러 협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은행권의 영업 확대를 위해 당사의 영업담당을 활용하려고 하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사는 이어 "각 지점장께서는 타금융사에 대한 영업담당 개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본사의 내용 검토가 진행되기 전에는 별도 지침 없이 (은행 대출 상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또 다른 자동차 제조사 역시 이와 유사한 지침을 각 영업점에 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갈등의 불씨가 된 상품은 바로 신한은행의 '써니 마이카 대출'이다. 이 상품은 기존에 은행권이 내놓은 자동차 대출과는 차별화된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 은행 방문 없이 자동차 대리점이나 중고차 매매상에서 신한은행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출 신청이 가능해 고객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 무엇보다 자동차 딜러들이 은행 측과 협약을 맺고 이 상품을 고객에게 소개해 거래가 성사될 경우 합법적인 한도 안에서 리베이트가 지급된다. 게다가 최저 금리가 4.5~5.0%(고정금리 기준)로 자동차 금융 상품 가운데는 상당히 저렴하다.



캐피털사가 자동차 제조사와 금리 협약을 맺고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이 같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맞추기는 어렵다. 이렇다 보니 신한은행의 써니마이카 대출은 출시 한 달도 안 돼 600건(130억원)의 계약이 성사되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고 신한은행 측과 협약을 맺은 자동차 딜러들이 7,800명까지 불어났다.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도 고객들이 싼 금리로 자동차를 사갈 수 있다면 반길 만한 일이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현대·기아차나 르노삼성 측은 각각 현대캐피탈·RCI파이낸셜코리아라는 전속 할부금융사가 있다. GM대우는 전속 할부금융사는 없지만 KB캐피탈·아주캐피탈 등이 전속 할부금융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캐피털 업계의 자동차 금융 의존도는 80~90%에 달해 은행권이 이 시장을 잠식할 경우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전속 할부금융사를 밀어주기 위해 타금융사를 배제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오래된 영업 관행이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나서 자동차 금융의 경쟁 자체를 제한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대형 은행들도 최근 자동차 대출 상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시장을 둘러싼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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