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바이오까지….'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설 연휴 때 미국을 방문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가상현실(VR)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어떤 사업보다 VR 부문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VR뿐 아니다. 최근 삼성의 전략을 보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전방위로 대응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공세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전반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인수합병(M&A)과 협업이 가능한 곳을 찾느라 부산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는 모두 꿰고 있을 정도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16일 "외부로 크게 알려진 부분이 없어 그렇지 내부적으로는 주요 사업군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대표적이다. 삼성벤처투자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AI 업체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 4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이디본과 익스펙트랩스 같은 주요 AI 기업에 돈을 댄 것은 그룹 차원의 관심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뿐이 아니다. IoT를 핵심사업 분야로 삼은 삼성전자는 IoT 사업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가전제품·모바일 등 전 사업 부문을 관통하는 IoT 생태계 구축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IoT 플랫폼인 '아틱(ARTIK)' 상용제품을 출시하면서 IoT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아틱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통신·센서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 모듈로 개발자들이 아틱을 이용하면 손쉽게 IoT기기를 만들 수 있다.
VR도 삼성전자의 화두다. 삼성은 이미 VR시장 선도업체 중 하나다. 2014년 VR 업체인 미국 오큘러스와 제휴한 뒤 지난해 11월 VR 헤드셋 '삼성 기어 VR'를 국내에 출시했다.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VR와 연계된 스마트폰 '갤럭시S7'을 차세대 먹거리로 제시했다. 삼성은 바오밥스튜디오 같은 VR 관련업체에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페이스북 등과 제휴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도 관심이 크다. 2월17일 열린 수요사장단협의회에서는 삼성전자의 VR기기인 '기어VR'를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체험해보기도 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VR용으로 촬영이 가능한 360도 카메라 '기어360'은 VR 콘텐츠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며 "VR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이오는 이미 이 부회장이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삼성의 차세대 사업군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생산능력 1위, 매출 1위, 이익 1위를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을 하는 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베네팔리'가 지난달 영국에서 출시됐고 캐나다에서 암젠과의 특허침해 공방이 해결돼 앞날이 밝다. 두 회사는 시점이 문제일 뿐 각각 국내와 나스닥 상장도 준비하고 있어 사업규모가 대폭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사업현황을 보면 AI와 IoT·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모든 부분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필·김현진기자 susopa@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