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모듈폰 ‘G5’의 하드웨어 모듈은 LG전자와 벤처·중소기업 개발자들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소프트웨어는 개발자마다 자유롭게 제작·배포할 수 있게 하는 파격을 내걸었다. 다음 달 18일부터 개장하는 온라인 장터 ‘LG프렌즈닷컴(www.lgfriends.com)’에는 누구나 LG전자의 프렌즈(주변기기)로 인증을 받으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에서 개발자 대회에서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자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300여명의 VR, 게임 분야 등의 중소업체 개발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다. 350석 규모의 행사장은 행사 전부터 가득 차 전시된 G5와 주변기기를 체험하는 모습이 보였다. 상당수가 20∼30대 개발자로, G5의 혁신성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개발자들이 가장 솔깃한 부분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도 쉽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G5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LG 전자는 다음달 1일 LG 360도 카메라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한 후 차례로 360 VR, 드론 컨트롤러인 UC1의 SDK를 공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개발자가 전문 기술력을 가지고 모듈 기기에 활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참가자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쉽게 개발해 이를 배포하게 할 수 있게 한 건 정말 파격적”이라며 “그동안 삼성, LG 전자 등 대기업의 개발 도구 자체가 공개된 적이 없었는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VR 플랫폼 기업인 에픽의 피터 배 공동대표는 “VR 영역에서도 다들 이를 개발하는 툴이라든 지 얼마나 빨리 보급될 지 파급력을 기업들이 예의주시하는 상태에서 관심이 크다”며 “작은 업체들도 쉽고 간편하게 G5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다면 VR 생태계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장터가 얼마나 활성화될 지는 의문점으로 남기도 했다. 게임VR 업체인 민코넷의 안상혁 책임연구원은 “기존에 대기업에서도 오픈 생태계를 내세웠다가 제대로 안 된 적이 많아 개발자들의 불신이 이미 큰 상황”이라며 “많은 개발자들이 제품을 내놓게 하려면 이런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파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G5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LG 전자가 오픈 생태계 방식을 다음 모델에서도 지속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중소업체 관계자는 이번 오픈 생태계 방식이 일회성으로 끝날 것인 지에 대한 우려를 품고 있는 개발자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G5의 모듈폰 기술이 차기작부터 적용되지 않으면 프렌즈 개발업체들이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어 모듈폰에 대한 중장기 비전 제시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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