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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컨베이어 벨트 1개를 만들 때 중국은 2,500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3교대가 아닌 4교대로 돌린다 해도 일할 수 있는 노동자가 2억명 이상입니다."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제조업의 위기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회로 삼아 한국에 유리한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공학한림원 산하 '코리아리더스포럼'이 1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미래 신산업과 중국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제조업을 두고 싸우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며 "근육형 산업에 목숨을 걸지 말고 DNA에 힘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주도권은 앞으로 중국에 내주게 되더라도 소재를 제공하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생산능력은 580억달러 규모로 한국·대만과 대등한 수준이다. 전 소장은 "반도체 장비에 필요한 재료를 만드는 국내 기업 중 매출 5,000억원을 넘는 업체는 없지만 삼성전자 등과 협력하면서 쌓은 최고 수준의 업체는 많다"며 "이런 회사들이 중국에 간다면 매출 5조원이 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력 분야 연구개발(R&D)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도 이미 분위기가 반전되는 등 자동차만 빼고 모든 주력 분야에서 잡혔다"면서 "기술격차를 벌리고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고급인력을 계속 양성해야 하지만 주력 분야 인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주력 분야에서 한국 기업 연봉의 5~9배를 제시하며 전문가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내 메모리설계업체들(제주반도체·피델릭스·니모스텍)을 인수하며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6년 전부터 100개 대학에 매년 100명을 선정, 10년 동안 장학금과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10만명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석·박사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정부와 기업·대학의 협조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산업 발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규제개혁을 통해 못하는 산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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