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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가 끌고 유가상승이 밀고… 부활하는 원자재펀드

국내 설정 54개 펀드에 올들어 3,600억 이상 몰려

평균 수익률 8.5%… 관련 주식펀드는 16.9% 달해

"실물경기 회복세 안보여 랠리 지속은 한계" 분석도


달러 약세와 유가 상승 덕에 원자재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원유를 비롯해 비철금속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원자재 펀드, 원자재 관련주 펀드의 수익률도 연초 이후 최고 16%까지 상승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변수가 남아 있어 강달러 전환 가능성이 여전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워 환매시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54개 원자재 펀드로 올 들어 유입된 자금은 3,651억원에 달했다. '주류 펀드'로 분류되는 국내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가 1조1,885억원을 빨아들인 것에는 못 미치지만 국내 채권형 펀드(2,108억원), 공모주 펀드(1,026억원), 배당주 펀드(1,944억원), 소비재 펀드(-471억원) 등에 비하면 확연한 상승세다.

수익률도 좋다. 54개 원자재 펀드들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8.54%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20개 원자재주식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6.93%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ETF의 수익률은 올 들어 1.61%에 그쳤고 원자재·원자재주식 펀드의 수익률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테마 펀드는 금 펀드(25.17%)가 유일했다.

원자재 펀드와 원자재주식 펀드의 양호한 성과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다. 서부텍스사산원유(WTI)는 2월11일 배럴당 26.21달러로 연중 최저가를 찍은 후 지난 21일(현지시간) 39.91달러까지 올라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비철금속 가격도 오름세다. 구리 가격은 1월15일 톤당 4,315.5달러로 올 최저점을 찍었지만 이달 21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5,079.5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납은 2.5%, 아연은 18.7% 올랐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데다 올해 두 차례만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만큼 달러 약세에 따른 '원자재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에 산유국의 생산 동결 등이 더해져 유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랠리에 동참하려면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나 ETF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투자하기 쉽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 '삼성KODEX철강 ETF' 등이 있다. 두 상품은 연초 이후 각각 24.7%, 12.52%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다만 원유 ETF에 투자한다면 롤오버(만기연장) 비용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원유 ETF는 1개월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매달 새로 거래할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이때 1% 안팎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원유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새로운 거래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며 "투자자가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계약을 맺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자재 랠리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장 연준이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원자재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회복이 뒷받침돼야 지속적인 원자재 랠리가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실물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이 확실하지 않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40~50달러를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권정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부문 포트폴리오운용본부장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비철금속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달러 약세와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반대급부의 성격이 강해 한계가 분명하다"며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르려면 금융권의 분위기 개선보다 실물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주희·이주원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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