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설계사인 이들은 그 과정에서 니카라과 간호사들이 필요한 장비를 몰래 직접 만들거나 개조해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 두사람은 이들을 돕기 위한 도구 키트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이들은 2013년 간호사들의 자체 제작 수요를 더 잘 연구하고 지원하기 위해 ‘메이커 너스(Maker Nurse)’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은 의료요원들이 기존 장비를 개조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들에게 이 작업은 제2의 본능입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뛰어난 재능이 널리 알려질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습니다.” 메이커 너스는 이들의 창의력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병원에 시제품 제작 카트를 보급했다.
이 카트에는 공구, 벨크로, 전자제품 등이 들어있다. 메이커 너스는 미국 최초의 의료 메이커스페이스인 메이커헬스 스페이스를 갤브스톤에 있는 텍사스 대학 병원에 만들기도 했다. 이곳에는 3D 프린터, 환자 레이저 커터, 재봉틀 등이 갖추어져 있다. 작년 9월, 110명의 병원 직원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한 달에 약 25회씩 기술적 조언을 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이 만든 제품 중에는 혁신적인 약물 공급 시스템과 무릎 보조기 등이 있다.
텍사스 대학 병원의 수간호사인 데이빗 마셜은 말한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이후, 간호사들과 보건 노동자들은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들로 가지고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써왔죠. 이젠 그 아이디어를 환자들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환자를 위한 DIY 욕조
응급실에 화학물질 화상 환자가 오면 간호사들은 샤워기를 손에 들고 이들을 씻겨야 한다. 이는 때론 수 시간씩 소요되는 일이다. 텍사스 대학 병원의 블로커 화상 병동 간호 책임자 제이슨 쉐퍼는 이 수고를 줄이기 위해 메이커헬스를 찾았다. 그리고 PVC 파이프와 3D 프린팅으로 만든 부품을 사용해 원하는 곳으로 물을 뿜을 수 있는 3헤드 샤워기를 만들었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쉬워 보이죠. 그러나 혼자선 결코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젠 아이디어만 있으면 메이커스페이스에 가서 현실로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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