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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강성모 카이스트 총장

“카이스트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성장기의 젊은 대학”





설립 45년을 맞은 카이스트의 강성모 총장을 만나 국가와 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온 카이스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카이스트가 올해로 설립 45주년을 맞았습니다. 현 총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듯합니다.

1971년 한국 최초의 이공계 과학기술대학원으로 설립된 카이스트는 45년간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반세기를 맞는 50주년에는 명실상부한 세계 톱10 대학으로 도약하길 기대합니다.

카이스트의 지난 45년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마치 인간사처럼 희로애락이 점철된 궤적을 걸어왔다고 봅니다.

현 총장으로서 제 사명은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카이스트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존경 받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우리가 배출한 인재들이 국가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많은 변화와 혁신, 굴국이 있었다고 봅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요.

아무래도 제가 직접 겪은 일이다보니 3년 전 총장으로 취임할 때가 기억이 납니다. 당시 카이스트는 심각한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임기 4년 가운데 전반기는 학내 전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화합을 도모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점차 안정을 되찾으면서 학생들의 열정도 많이 함양됐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카이스트가 너무 조용하고 움직임이 없어졌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일각에서 그런 질책 어린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깊은 강이 소리 없이 조용히 흘러가듯이 외형적 모습보다는 조용히 내실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이스트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 교직원, 동문 등 모든 구성원들이 소명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화학과 유룡 교수가 노벨화학상 후보로 부각됐고,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팀의 휴보가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재난 로봇 경진대회(DRC)에서 로봇 선진국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격을 높이는 자랑스러운 성과들의 도출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카이스트가 국가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것입니다.

카이스트가 국가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기여한 사례는 시기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당시 국내 산업에 직접 응용할 수 있는 실용기술의 개발에 역점을 뒀습니다. 온돌난방의 열전달 기술이나 국산 무연탄의 효율적인 연소 기술, 주기억장치에 마이크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 기술 등이 그것입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과학기술 기반 산업을 견인할 수 있는 고유의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했습니다. 해외 기술 수출의 지평을 열어줬던 전산형 사진 식자 시스템, 정밀 화학공업을 발달시킨 크로마토그래피 분리기술, 88올림픽 지원사업, 원자력발전소 고장 진단 시스템 구축 등 국가 핵심사업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1990년대의 경우 국가 과학기술 위상을 강화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2,3호를 발사해 세계 22번째 인공위성 보유국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세계 5번째 독자 연산장치인 병렬처리 슈퍼컴퓨터와 차세대 경수로의 기반이 된 신형 원자로의 개발도 이뤄졌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 국내 여성과학자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네이처 표지논문을 장식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바로 카이스트 졸업생이었습니다.

2000년대는 그동안 집약된 역량에 기반해 세계적 연구성과가 본격 양산되는 시기라 하겠습니다. 휴보의 개발과 DRC 우승을 비롯해 미생물로 가솔린을 생산하는 원천 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해 네이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여 년간 제올라이트 학계의 숙원 과제였던 ‘육방정계 구조규칙적 위계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 신물질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이 연구를 이끈 유룡 교수는 앞서 언급했듯 2014년 노벨 화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바 했습니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서 전기및전자공학과 조병진 교수팀의 ‘웨어러블 열전소자’가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앞으로의 45년은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일신우일신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같은 성과들에 힘입어 대내외적 위상 역시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 로이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에 카이스트가 10위에 올랐습니다. 1~3위를 차지한 스탠퍼드대학, MIT, 하버드대학을 포함해 9위까지 미국 대학이 독식한 가운데 논문과 특허, 산학협력 등 혁신성에서 세계 톱10 대학에 진입했다는 의미 있는 성과라 하겠습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평가 순위 또한 2010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현재 50위권에 안착해 있습니다.

물론 몇 등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카이스트가 우수한 대학임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그 외에 카이스트는 매년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한국 대학 중 유일하게 참가하고 있으며, 스탠퍼드대학, MIT, 카네기멜론대학, UC버클리, 임페리얼칼리지, 케임브리지대가 참여하는 아이디어스 랩도 운영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7개 대학만 선정해 비용을 후원하고 초대하는 행사에 카이스트가 참여한 것입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KAIST의 진면목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카이스트를 사람으로 빗댄다면 지금은 발달기, 성장기, 성숙기, 안정기 중 어떤 단계로 보고 계십니까?

성장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카이스트는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해외 명문대들이 수백 년역사를 자랑하는 것에 비하면 45주년을 맞은 카이스트는 젊은 학교입니다.



영국 대학 평가기관 THE에서는 개교 50주년 미만의 학교들만을 대상으로 우수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2013년부터 카이스트가 3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할 때 카이스트는 이제까지도 많은 것을 이뤄왔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대학이라 할수 있습니다.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으로 지켜봐주시면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카이스트가 가진 최대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카이스트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학교입니다. 변화에 능동적이며,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최대의 강점이자 경쟁력이라봅니다.

구체적으로 카이스트는 한국과학기술원법에 의거해 자율적이고 탄력적인 학사 운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대학은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국내 교육계 처음으로 시도하거나 혁신, 정착시킨 것들이 많은 것도 그 산물이라 하겠습니다. 예컨대 무시험 입학제나 가을 학기 입학제, 무학과 제도, 교수 테뉴어(영년직 교수) 제도, 입학사정관 제도 등 끊임없이 다양하고 도전적인 시도로 우리나라 교육계를 선도해왔습니다.

대학원 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석사 학위 연계 과정, 최단 3년 안에 마칠 수 있는 석·박사 통합 과정, 박사과정 조기진학 제도 등 정해진 틀에 얽매이기 보다는 가능성 있는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창업을 통해 학위를 인정받는 ‘K스쿨(K-school)’ 제도의 도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카이스트의 핵심 가치는 창의와 도전으로 기초연구, 응용연구,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학교입니다. 때로는 학생들의 실패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펴기도 합니다. 학생과 교수, 직원을 아우르는 전 구성원들도 이런정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업과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발군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고 봅니다.




취임 초기부터 강조하셨던 내부 소통 강화와 관련해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요.

2013년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전반기 2년은 소‘ 통과 신뢰 회복’, 그리고 ‘화합과 협력문화 조성’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내 대학 최초로 ‘옴부즈퍼슨’ 제도를 도입했고, 고객만족센터와 인권윤리센터도 설치했습니다.

또 매주 금요일을 카이스트 혁신일로 지정해 개인적 불만사항이나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건의사항 등을 누구든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제안사항이 접수되면 시정 가능 여부를 빠르게 피드백하고 창구를 열어놓고 나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체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 몇몇 제안들은 차후에 포상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독려하고 있습니다.

작은 예로 출퇴근 시간대에 정문 앞에 차량이 몰려 교통체증이 발생하곤 했는데, 구성원의 아이디어 하나가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학교가 내 의견에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여준다는 것을 보여주면 많은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기시작합니다. 그것이 발전의 시작입니다.


올해도 3차 학사조직 개편과 신입생 선발 방식 및 교수 평가방식 변화 등 적지 않은 혁신이 예고돼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선도할지, 아니면 뒤쫓을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전자가 아니겠습니까? 카이스트는 지난 45년간 인재양성과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국가 발전에 공헌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집중한다면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톱10 대학 진입이 가능하리라 기대합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는 것이 총장의 사명이라 믿습니다.

몇 가지 계획을 설명하자면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산업의 중요성과 잠재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카이스트가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분야가 바로 의료입니다. 이에 세종시에 의과학대학원을 이전시켜 지역 연구병원 및 오송바이오단지와 연계하는 벨트 구축을 추진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의료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현재 세종 의과학대원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되고 있으며,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오면 내년에는 설계에 착수할 것으로 예견됩니다.

또 민군 겸용이 가능한 미래 국방과학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에는 로봇과 무인항공기,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관련 연구자가 많기 때문에 이 자원을 활용해 국방대학교,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협력을 통해 미래국방과학기술 연구를 선도할 방침입니다.


미래의 KAISTian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보다는 창의적 사고를 가진 학생이 카이스트가 원하는 인재상입니다. 문제의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안해내고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을 길렀으면 합니다.

앞으로 카이스트의 교육 방식도 달라질 겁니다. 교수는 강의를 하고, 학생은 과제를 수행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수업에 필요한 내용을 인터넷으로 미리 학습하고, 강의실에서는 심화학습과 토론을 통해 한 단계 진보한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 틀을 갖춰 나갈 예정입니다.

수업을 잘 따라오는 학생이 아닌 교수와 더불어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 학생들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시면 됩니다. 카이스트 입학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신의 재능을 믿고 적극적으로 도전해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카이스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주신다면 무엇입니까.

카이스트의 과거는 ‘대한민국’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국가 발전에 필요한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세계’라는 단어가 적합할 듯 합니다. 학문적 수월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인재를 배출해내고 있으며, 세계 과학계로부터 존경받는 일원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이스트의 미래는 ‘세계를 품는 것’입니다. 카이스트에서 시작된 최상의 교육에 기반해 최초의 연구를 주도하고, 최고의 리더를 배출해내는 대학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장으로서 카이스트의 도전이 전 세계의 본보기가 되고, 카이스트가 이뤄낸 성과로 인류 전체가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의 삶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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