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삼성’을 선언했다.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있었던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23년 만에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가라앉고 삼성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창업’에 버금가는 각오로 삼성 DNA를 송두리째 바꿔놓겠다는 의도다. 덩치와 이익·기술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창의성까지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명실상부한 ‘JY(이재용 부회장)식 경영’이 본격 출발한 셈이다. ★관련기사 3면
삼성전자는 24일 수원 디지털시티에 있는 디지털연구소(R4)에서 윤부근 생활가전(CE) 부문 대표,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대표와 주요 사업부장, 임직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삼성은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오는 2018년까지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 혁신전략’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특히 신생기업인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의 문화를 지향하면서 삼성의 특유의 강한 ‘승부근성(Winning Spirit)’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우선 권위주의 타파를 위한 9계명을 만들어 사업부별로 설치하고 전 임원이 다짐선언을 하기로 했다. 또 ‘님’이나 ‘프로’ ‘선배’ ‘씨’ 같은 호칭을 도입하고 직급체계를 단순화한다.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회의를 50% 줄이고 정기적인 주말·야간회의는 아예 없앤다. 업무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할 경우 여러 명의 상급자에게 동시에 보고하고 선발형 승격과 성과형 보상체계를 도입한다. 결과중심의 평가에서 과정을 중시하고 상대평가도 완화한다. 잔업과 특근은 대폭 줄이고 ‘버짓제(예산제)’를 도입해 일정 부분 이상 야근을 못하게 한다. 임원도 주 1회 이상은 쉬도록 하고 파트장 이상의 휴가를 활성화한다. 직원들의 재충전을 통해 일의 몰입도를 높이게 하려는 의도다. 인사제도 혁신안은 6월 중 최종안이 나온다.
윤 CE 부문 대표는 “앞으로의 경쟁은 상상력과 창의력 싸움이며 경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컬처 혁신이 필요하다”며 “긍정적 사고와 열정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나가자”고 다짐했다. /김영필·김현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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