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례적으로 ‘고용’의 중요성을 들고 나왔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한은은 원론적 발언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경제성장의 궁극적 목적이 국민 개개인의 풍요롭고 안정된 삶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고용안정은 경제정책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다수 중앙은행들은 고용안정을 명시적 또는 암묵적인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정책 결정 시 경제성장이나 물가안정만큼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는다”고도 했다. 한은이 최근 발표된 최악의 고용통계를 ‘암묵적 정책목표’로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2만 3,000명 느는 데 그쳐 1월(33만9,000명)보다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준의 경우 통화정책의 양대 목표는 고용과 물가 안정이다. 한은의 설립목적은 한은법 1조에 ‘물가 안정’으로 명시돼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인 지난 2011년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지난해 국회에서 한은법 1조에 ‘고용안정’을 추가하자는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흐지부지됐다.
반면 이 총재는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이 총재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금리를 통해 고용을 조정하는 경로가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워 고용이 정책목표가 됐을 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기반과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와 제조업의 서비스업화,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미시적 접근을 통한 공급창출 정책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금리로 인해 금융회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