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불어닥친 대내외 악재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전분기 대비)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도 3%대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3%대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최근 5년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2014년 (3.3%)만 빼고 계속해서 2%대에 머물게 된다. 2%대 후반과 3%대 초반 성장률은 수치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상징적 의미에서 그 차이는 크다. 3%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 경로를 계속 밟아나가고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연구소와 투자은행(IB)들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전기 대비)는 0.3~0.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와 저유가 등으로 수출 쇼크가 계속되고 있고, 생산·소비·투자·고용 등 주요 내수지표가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1·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3%로 낮췄다. 연간 전망은 2.6%에서 2.4%로 내렸는데 우리 정부의 공식 전망치인 3.1%와 비교하면 0.7%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JP모건은 1·4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환산한 계절 조정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1%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관들도 부정적으로 전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증권사들은 1·4분기 성장률을 0.4~0.8% 구간에서 전망한데 이어 2·4분기 역시 비슷하게 내다보고 있다. 연간 성장률의 경우 대부분 2%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1·4분기 부진으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존 2.6%를 유지한다고 발표했지만 현대경제연구원(2.8%)과 LG경제연구원(2.5%)은 하향 조정 의사를 내비쳤다. 올해 3.0% 예상을 했던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 말쯤 전망치를 수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한국경제의 2%대 성장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경연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 성장률은 연 평균 2.7%로 제시하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데 부동산 경기 불안,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내수 회복세까지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와 내년 감소세로 돌아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앞으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주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에는 2%대, 2030년에는 1%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의 노동·자본·기술 등을 동원해 GDP를 물가상승 부담 없이 성장시킬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추세적인 하락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한국경제의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개혁, 규제 완화를 꾸준하고 과감하게 추진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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