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9년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BNPP)에 올해부터 150억원에 달하는 원전 가동에 필요한 설비와 기자재를 납품한다. 이달 50여 명의 원전 발전 전문인력을 파견한 데 더해 원전 운영에 들어가는 각종 설비까지 수출하는 것이다. 한수원이 참여한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지난 2009년 프랑스 등을 꺾고, UAE수도 아부다비 서쪽 200km 떨어진 바라카에 140만kw급 한국형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이중 1호기는 내년 5월 준공 예정이다.
지난해 한수원과 29개의 중소·중견기업은 한국원자력기자재주식회사(KNP)를 설립, 바라카 원전 가동에 필요한 밸브, 펌프 등의 부품 수출을 추진해 왔다. 원전 기자재는 안전과 품질 기준이 높은 탓에 중소기업의 역량만으로 수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UAE만 해도 현지 법에 따라 수출 업체들이 현지 기업과 중개 계약을 맺어야 한다. 역량이 미흡한 수출 업체 입장에서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KNP가 이런 기업 고민을 해결했다. KNP가 앞장서 현지 중개상과 계약을 맺고, 국내 300여 개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제품을 받아 현지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한수원과 국내 기업들이 합작해 해외 원전 기자재의 수출길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KNP의 수출액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원전 1대를 가동하면 연간 400억원 가량 부품이 소요된다. 내년부터 바라카 원전 1호기가 가동되면 수출액은 올해 150억원에서 내년 400억원까지 늘어난다. 2020년 수출 UAE 원전 4기가 다 가동되면 수출액이 연간 1,6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정기준 KNP 대표는 “UAE 사업에서 노하우를 쌓아 노후 원전설비가 많은 유럽시장과 신규 원전이 들어서는 동남아 시장까지 원전 기자재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중남미 시장에서도 원전 기술 수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1월 남미 최대 원전 운영사인 아르헨티나 원자력공사(NASA)와 기술협력 협약(MOU)을 체결했다. 아르헨티나는 총 9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기는 우리 월성원전과 노형이 같은 가압중수로(PHWR)다. 한수원은 아르헨티나 원자력 공사와 원전운영과 정비, 엔지니어링, 건설 등으로 기술 협력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사업은 에너지 신산업 투자에 초점을 맞춘다. 올해부터 서남해 해상풍력과 송도·노을 연료전지·포항지열발전·신고리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약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에너지 신산업실을 신설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외 수력 사업에 진출하는 동시에 제로에너지빌딩, 연료전지 사업 등 에너지 신산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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