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 정책 중 가장 시급한 것으로 꼽히는 게 수출 강화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수출 강화 정책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현장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현실과 괴리된 갖가지 규제들이 수출 확대를 가로막고 있어서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지역본부 회의실에 10개 중소 수출기업 대표단과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소비재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발굴 간담회가 열렸다. 수출 중소기업 대표단들은 탁상에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전달했다.
초음파마사지기 제조업체 아롱엘텍의 김진국 대표는 수출기업 제품에 대한 재수입면세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현행 관세법은 국내 기업이 수출한 제품이 판매 부진 등의 사유로 국내에 재반입될 경우 2년이 지나면 수입관세를 부과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품을 만드느라 돈을 다 썼는데 판매 부진으로 제품을 회수할 때 또 다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규제”라며 “이 규제는 중소기업들에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기간을 2년으로 한정한 것도 과잉규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에서 규제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요구됐다.
주방용품 제조기업 제이엠그린의 이정미 대표는 “미국·일본 등에서는 문제 없이 통관되는 상품이 중국 당국의 무분별한 검역으로 수출이 무산되고 있다”며 “한·중 상호협약을 통해 규제 문턱을 낮춰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매니큐어 제조업체 아이엔에스의 김정수 이사는 “화장품은 제품별로 원료나 제조공정에 큰 차이가 없지만 각 제품별로 위생허가를 받아야 해 비용과 시간부담이 매우 크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소량만 수출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완화할 경우 수출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지원금 활용의 경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진공 등 정책기관은 사업별로 지원금 사용비율을 규정하고 있는데 기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효과적인 자금 운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샴푸제조업체 코소아를 운영하고 있는 정석훈 대표는 “각 기업체 특성에 맞게 지원금의 설계가 가능하도록 자율권을 확대해주면 정부의 수출정책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