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오른 100을 기록했다. CCSI는 가계의 재정, 경제, 저축 및 부채, 물가 등에 대한 6개 전망지수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심리지표다. 지난 2003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의 장기 평균치를 기준값(100)으로 100보다 크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임을, 반대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해 소비가 크게 위축됐던 지난해 6월 CCSI는 98까지 떨어졌다. 이후 정부의 부양책으로 차츰 개선돼 10월 105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와 연초 중국발 금융불안, 북한 리스크까지 이어지면서 올 2월 98까지 하락했다.
3월 CCSI가 다시 기준점인 100으로 복귀한 것은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로 우리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고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경기 하락세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전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비 6개월 뒤의 경기를 전망하는 향후 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2로 전월 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6개월 전과 현재를 비교하는 현재 경기판단 CSI도 전달보다 4포인트 오른 69를 기록했다.
심리뿐 아니라 실제 소비도 3월 들어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1월 자동차 판매가 주춤했지만 이른 설 효과로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의 판매가 대폭 늘었다. 반대로 2월에는 개별소비세 인하로 다시 자동차 판매가 늘었지만 1월 명절 소비로 대형 판매점의 매출이 줄면서 지표가 좋지 않게 나왔다”며 “3월에는 자동차와 휴대폰의 판매도 늘고 대형 판매점의 매출도 느는 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개선 추세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우선 메르스 기저 효과로 6월부터 경기지표가 전년 대비 개선될 여지는 크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를 끌어올렸던 개소세 인하 효과가 6월 종료되고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다시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면 가계의 소득 개선 효과도 사라진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르스 기저 효과로 반등할 여지가 있고 민간의 소비 성향이 지난해 너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게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라며 “다만 정책 효과도 지난해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고 저유가 때문에 가계의 소득이 늘어났던 효과를 올해는 기대할 수 없으며 수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 부정적인 면도 크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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