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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 취임 2주년>"상황따라 통화정책 방향 달라져"...누그러진 '이주열 매파본색'

9개월간 반복 "금리 충분히 완화" 발언 쏙 들어가

"3%성장 안될수도" 통화·재정·구조개혁 3박자 강조

한국판 양적완화엔 "구조조정 뒷받침에 최선 다해"







연초부터 거침없는 매파 행보를 이어왔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돌연 발걸음을 멈췄다. 현재 기준금리가 “충분히 완화적”이라던 매파적 발언은 사라졌다. 대신 “상황 변화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추겠다고 시사했다. 연초부터 이어지던 한은의 매파 행보가 끝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3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 통화정책 방향은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할 수밖에 없다. 상황 변화에 따라서 통화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처음 인정했다. 한은은 다음달 1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전망치를 발표한다. 그는 “지난 1·2월의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수출 부진이 지속하고 있고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1·4분기 성장세가 연초 예상보다 다소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통화정책·재정정책·구조개혁 소위 3박자가 상호적으로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과거 발언과 닿아 있으면서도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이 병행된다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간 기준금리 1.5% 동결 행진을 이어왔다. 추가 금리 인하 요구에 방어벽을 쌓아야 했던 이 총재도 매파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새해 들어서는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 총재는 1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고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준금리 동결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왔던 2월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효과는 불확실한데 그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으로 모든 걸 해결한 순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거셌던 3월에는 “소비·투자는 기대 이하지만 기준금리는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는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발언을 자제했다. 29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 카드를 공약으로 꺼냈다. 한은이 양적완화를 통해 기업과 가계부채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총재는 “(새누리당의 공약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면서도 “(이미)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정치권의 양적완화 공약이 사실상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한꺼번에 교체되는 금통위원 4명이 비둘기적 성향이 뚜렷하다는 것도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제 경험에 비춰보면 금통위원들의 추천기관과는 관계없이 의사결정이 이뤄졌고 또 경제상황이 바뀌면 견해도 바뀔 수 있다고 안다”며 “과거 발언이나 추천기관만 가지고 정책 성향을 추측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지난 2년간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꼽았다. 그는 “대외여건의 높은 불확실성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충격 등으로 경제전망의 오차를 줄이기가 무척 힘들었다”며 “다음달 2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새 금통위원들과 물가안정 기조 위에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역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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