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차제에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합법을 가장해 교묘하게 행하는 세금 탈루 행위에 대해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벤츠코리아가 독일 본사로부터 차를 사오는 과정에서 차량 원가를 부풀려 법인세 등을 덜 내려 했고 이런 정황이 포착되면서 대규모 추징금을 받았다는 분석이 많다.
벤츠코리아는 벤츠 본사로부터 차량을 구입, 국내에서 판매한다. 국내 들여오는 가격을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시장보다 높게 잡으면 벤츠코리아에서 벤츠 본사로 흘러가는 돈은 늘어난다.
대신 벤츠코리아의 이익은 줄어든다. 이익이 줄면 벤츠코리아가 내야 할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원가 부풀리기를 하면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은 줄게 된다.
실제로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수입차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시대(3조1,415억원)를 열었다. 전년 대비(2조2,045억원)로는 42.5%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111억원으로 9% 줄고 순이익도 887억원으로 8.4% 감소했다.
반면 독일 본사에서 차량을 수입하면서 지급하는 매입비는 지난해 2조9,718억원으로 전년 2조1,057억원보다 42.5% 증가했다. 수익률이 높은 대형 고급 세단을 많이 판매한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2013년에도 매출액이 1조3,605억원으로 2011년 1조3,017억원보다 600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63억원에서 423억원으로 되레 감소한 바 있다.
2011년 당시 경쟁업체인 BMW가 비슷한 매출액(1조1,264억원)에 영업이익은 4배 더 많았던 점 등에서 벤츠코리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국세청이 지난 4년여간 문제가 된 금액을 한꺼번에 추징하면서 금액이 커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벤츠는 지난해 7~9월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세무조사는 2011년 이후 4년 만이었다.
물론 벤츠코리아를 두둔하는 해석도 있다. 벤츠코리아처럼 매출 3조원 이상의 기업이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했을 가능성은 낮고 시스템 문제로 반복된 실수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의 내부 시스템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고 이로 인해 추징금액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과세전 적부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따로 알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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