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과 파인트리자산운용 연합의 ㈜동양 경영권 확보 시도가 실패했다. 이사회 진입을 통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으나 소액 주주들의 반대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30일 서울 종로구 YMCA 빌딩 2층 대강당에서 열린 동양 정기 주주총회에서 1대 주주 유진그룹(13.04%)이 제안한 ‘이사의 수를 10명 이내에서 15명 이내로 증원하는 안건’이 부결됐다. 전자투표, 의결권 위임 등을 포함한 이날 총 출석 주주(약 1억5,731만주) 중 56.21%만 찬성 의사를 밝혀 가결 조건인 ‘출석 주식 수의 3분의2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2대 주주인 파인트리(10.03%) 측의 이사 수 증원(10명→16명) 안건 또한 55.82%의 찬성 의사를 끌어내는 데 그쳐 같은 사유로 부결됐다.
이사 수 증원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1·2대 주주 측이 나란히 제안한 추천 이사 선임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사 정원(10명)을 늘리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 이사 선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이사 변경을 위한 정관변경안도 모두 부결됐다.
유진그룹은 파인트리와 공동 의결권 행사 계약을 맺은 후 동양레저(3.03%) 지분까지 확보하며 표 대결에 총력을 다했으나 전체 주식 수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데 실패했다. 소액 주주들은 유진그룹 측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지난 2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동양이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했다. 동양채권자협의회 회원이라 밝힌 한 주주는 “유진이 과거 하이마트를 인수한 후 ‘먹튀’ 행각을 벌인 전례를 볼 때 (동양 경영권을 확보한 후) 그와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반발했다.
표 대결을 통한 경영권 확보 시도에서 사실상 ‘완패’한 유진그룹에 남은 카드는 공개매수 혹은 장내 매입을 통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것뿐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유진그룹에 의결권을 위임한 소액 주주들의 지분율이 1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13.04%에 불과한 동양 보유 지분율을 최소 33%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면 경영권 장악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진그룹 측은 “주총에서 확인된 주주 여러분들의 의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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