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20대 총선의 최대 쟁점은 단연 경제 문제다. 여야 경제 사령탑인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과 김종인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이날도 ‘경제 민주화’를 두고 뜨거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여야는 경제공약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경제대결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주요 정당들의 경제 관련 공약이 대부분 △실행계획 부재 △숫자 부풀리기 △과거 정책의 재탕·삼탕 △포퓰리즘 성격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이 경제·행정학 교수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각 당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그럴듯한 장밋빛 공약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재원계획이나 액션플랜이 없는 공약이 대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U턴기업 경제특구 △노인 일자리 79만개 창출 등의 공약과 더불어 민주당의 △노인기초연금 30만원 지급 △미취업청년 구직수당 60만원 지급 등의 공약이 대표적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노인과 청년·여성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어떻게 돈을 써 표를 살지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급조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용대책은 현재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철강·조선·유화 등의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에 따른 인력감축이 눈앞에 닥쳤고 중장기 시계에서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여야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 또 각 당이 공약 실천에 드는 재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이들 당의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4년간 200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새누리당은 세수 증가분 활용, 더불어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과 국민연금 활용 등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대책만 나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중앙당뿐 아니라 지방당 공약까지 포함하면 실현 불가능한 숫자 부풀리기,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공약들이 즐비하다”며 “재원조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해 모든 당의 공약이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원 고민 없이) 일단 지르고 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총선은 대선과 달리 전국을 아우르는 정책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무책임한 공약으로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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