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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생애주기에 따른 자동자산배분 투자

신상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규모는 126조4,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가입자 스스로 투자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DC형 퇴직연금은 28조4,000억원까지 성장했다. 현재 DC형 적립금의 77%는 2.2% 수준의 금리확정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퇴직연금 적립금이 저금리 확정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을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머튼 교수는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 스스로 복잡한 금융시장을 분석해 자산배분을 해야 하지만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보유하지 못한 가입자는 단기수익률에 민감한 자산배분을 수행하거나 초기 설정한 상품을 무조건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부족한 투자행위는 전문가 집단에 운용을 일임하는 국민연금이나 타깃데이트펀드와 같은 생애주기펀드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타깃데이트펀드는 가입자의 연령, 퇴직 시점, 투자성향에 따라 퇴직 시점까지 자산배분프로그램(Glide Path)에 의해 자동적으로 자산배분을 수행한다. 가입자 연령이 낮을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적극적인 자산증식을 추구하고 정해진 목표(퇴직)시점에 다가갈수록 안전자산과 현금 비중을 늘려 보유자산의 안정성과 유동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장점으로 미국 타깃데이트펀드는 지난 2006년 퇴직연금 자동가입과 함께 적격상품으로 지정되면서 2005년 710억달러에서 지난해 1·4분기 7,400억달러까지 급격하게 성장했다.



다만 이 상품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전에 결정된 자산배분프로그램에 따라 시간별 동적자산배분이 이뤄진다. 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수익률 하락 폭이 커서 다른 펀드와 차별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타깃데이트펀드의 핵심인 자산배분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가입자 투자성향 또는 필요 소득 대체율에 따라 세분화함으로써 극복 가능하다. 하위프로그램을 다양화하거나 투자자산을 글로벌자산으로 확대해 동일자산군 내에서 탄력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함으로써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투자자의 투자성향, 라이프 사이클 등을 고려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 조정 등 한국형 자산배분프로그램을 설계함으로써 일부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퇴직연금은 소액 적립금을 투자자의 생애기간에 걸쳐 투자하게 된다. 더욱이 가입자의 개인 자산에서 인출, 적립되는 것이 아니라 소속회사에서 퇴직금의 사외적립형태로 적립금을 지급해 가입자는 투자선택과 성과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타깃데이트펀드가 도입됨으로써 근로자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효과적인 자산배분과 투자성과를 제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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